수지金 고향서 천도재 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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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옥분 영가님, 이제는 모든 원한 풀고 극락왕생하소서-."

간첩 혐의를 뒤집어쓰고 비명에 간 수지 金(본명 김옥분)의 천도재가 2일 오전 충북 충주시 직동 창룡사 법당에서 열렸다. 3시간 가량 천도의식이 진행되는 동안 가족들은 지난 14년 동안 원한에 사무쳐 이승을 떠돌았을 金씨의 원령(怨靈)을 하염없는 눈물로 위로하며 보냈다.

천도재에는 金씨의 고향인 충주와 서울 등지에서 살고 있는 옥임(41)씨 등 여동생 4명과 친지, 신도 등 1백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셋째동생 옥임씨가 홍콩 공동묘지에서 떠온 金씨의 뼛가루가 섞인 흙을 영정 앞에 놓고 잔을 올리며 지난 15년간의 울분을 오열로 삭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金씨의 사망 날짜도 모른 채 추석 때만 밥 한그릇 올려놓고 제사를 지내왔던 터.

"이미 지난 일이라지만 그래도 사건 은폐에 관련된 기관에서 누구 한 사람쯤은 와서 분향이라도 할 줄 알았습니다."

金씨의 가족은 자신의 가족에게 저질러진 국가기관의 인권유린보다 현 상황에서의 처신에 더욱 섭섭해 하는 표정이었다. 가족들은 "국정원장 등이 반드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소송을 포함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족들은 천도재를 마치고 어머니가 묻힌 충주시 앙성면 진달래공원으로 가 홍콩에서 가져온 흙을 어머니 묘에 뿌렸다.

수지 金은 1남6녀 중 둘째로 그녀의 사건으로 87년 언니, 97년 어머니가 화병으로 세상을 뜨는 등 풍비박산났다.

충주=안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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