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야 "5월" 여 "6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새해 여야의 첫 공방은 지방선거 조기 실시를 둘러싸고 벌어졌다. 한나라당은 5월 실시를, 민주당은 예정대로 6월 실시를 주장했다.

현행법대로 선거가 치러질 경우 법정 선거일은 6월 13일. 하지만 월드컵 기간(5월 31일~6월 30일)과 겹친다는 점이 문제다.

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기획위원장은 주요 당직자 회의에서 "6월에 선거를 치르면 당선자 임기가 7월부터 시작된다"며 "선거에서 떨어진 단체장이 월드컵을 안전하게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겠느냐"고 조기선거를 주장했다.

장광근(張光根)수석부대변인은 "언론사 여론조사 결과 유권자의 70% 이상이 조기선거를 원하더라"며 "지방선거와 월드컵을 동시에 치르면 출마하는 단체장이 월드컵보다 자신의 선거에 더 신경쓸 것은 당연하다"는 성명을 냈다.

민주당은 즉각 반박했다. 이낙연(李洛淵)대변인은 "월드컵 전에 지방선거를 치르면 당선한 단체장은 임기 전이라 월드컵을 관장하지 못하고, 낙선한 단체장은 월드컵에 무관심할 것"이라며 "여야가 당초 합의한 정치일정을 바꾸지 않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조기선거 논란의 배경에는 양당의 전략적 판단이 숨어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체제정비 전에, 민주당은 월드컵의 열기 속에서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유권자 시선이 월드컵에 고정되면 현 정권의 부정부패 의혹 등 선거 이슈가 가려지고 관권.금권선거로 흐르게 된다"고 주장했다. 당의 허태열(許泰烈)정치개혁특위 위원장은 "민주당은 1년 전만 해도 월드컵을 이유로 조기선거를 주장했었다"며 "선거 이슈를 흐리려는 민주당 현직 단체장들의 반대 때문에 민주당의 입장이 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박양수(朴洋洙)조직위원장은 "한나라당이 조기선거를 제의한 것은 여당의 경선일정 등을 망가뜨리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고 공격했다. 그는 "예정대로 지방선거를 6월 13일에 치러도 민주당은 4월 20일까지 지방자치단체장 후보를 선출해야 하는데 만약 한달이나 앞당기면 민주당의 향후 경선일정이 모두 뒤죽박죽 된다"고 설명했다.

최상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