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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전단, 5시간이면 평양까지 뿌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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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26일 오전 10시. 서울 송파구 거여동 자유북한운동연합 사무실로 국방부 심리전 관계자 2명이 손에 음료수를 들고 들어왔다. 이들은 3년 만에 이 사무실을 다시 찾은 것이었다.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42·사진) 대표는 이들에게 북한에 날려 보낼 예정인 라디오를 손에 들고 설명을 시작했다.

“어떤 라디오를 (북에) 보내시느냐.”(국방부 관계자)

“건전지가 방전돼도 다시 넣어 작동시킬 수 있는 라디오를 보낸다. 건전지는 (북한) 시장에서 구할 수 있다.”(박 대표)

“(북에 보내는 전단의) 문구 작성은 누가 하느냐” “전단은 어디서 만드는 건가. 소개해줄 수 없나” 등 국방부 관계자들의 구체적인 질문이 이어졌다. 이들은 한 시간 동안 사무실에서 자세한 설명을 들은 뒤 전단과 라디오, 동영상 CD까지 얻어 돌아갔다. 박 대표는 “얼마 전까지 통일부 사무관이 사무실로 와서 대북 전단 살포를 자제해 달라고 했는데 일주일 사이에 정부 입장이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20일 자유북한운동연합 회원들이 대북전단을 날려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지난 7년 동안 3000여만 장의 전단을 북한으로 보냈다. 이번 달 20일 천안함이 침몰한 백령도에서 전단 50만 장을 남풍에 실어 북으로 보냈다. ‘천안함 전사여, 대한민국은 복수하리라’라는 제목의 전단에는 “천안함이 백령도 서남쪽 1마일 해상에서 민족반역, 살육, 침략, 테러의 원흉 김정일에 의해 폭침됐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전단은 수소 가스를 주입한 너비 2m, 길이 12m 애드벌룬에 묶여 북한으로 날아간다. 초기에는 문방구에서 파는 고무 풍선을 이용했지만 북한 땅에 닿기도 전에 풍선이 터져 박 대표가 비닐하우스를 보고 직접 개발했다. 박 대표는 “바람이 남에서 북으로 부는 4~6월이 전단을 보내는 적기”라며 “애드벌룬 하나에 전단 3만 장이 담긴 전단 뭉치 3개를 매단다”고 말했다.

전단 뭉치와 애드벌룬을 연결하는 금속은 미리 칠해 놓은 산성 용액과 산화반응을 일으키며 떨어진다. 산성 용액의 농도에 따라 애드벌룬에서 각각의 전단 뭉치가 분리되는 시간이 다르다. 이 같은 원리에 따라 전단 뭉치는 1시간 뒤엔 비무장지대, 3시간 뒤 황해북도 사리원, 5시간 뒤 평양 인근에 각각 떨어진다. 10만 장의 전단을 보내는 데 500만원 정도가 필요하다. 비용은 미국의 디펜스포럼, 북한자유주의연대 회원의 회비로 충당한다.

북한 김책공대에서 무선통신을 공부한 박 대표는 2000년 가족들과 함께 탈북했다. 그가 전단을 날리기 시작한 것은 2004년. 박 대표는 “김대중 정부 시절 대북 전단 발송을 중지하면서 민간 차원에서라도 전단을 보내야 할 것 같아 이 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북한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했던 당시 정부는 박 대표의 활동을 탐탁지 않게 생각했다. 그는 7년간 12번이나 경찰에 끌려가 조사를 받았다. 박 대표는 “전단을 통해 북한 주민들이 진실을 알고 정권과 싸워 스스로 일어나는 것이야말로 김정일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 정권이 반성할 때까지 자유의 소리를 전하겠다”고 말했다.

◆군 ‘대북 전단 살포작전’ 개시=군 당국의 북한에 대한 전단 살포가 26일부터 시작됐다. 군 관계자는 이날 “날씨가 좋아져 대북 심리전의 일환으로 전방 지역 여러 곳에서 북한에 전단을 살포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24일부터 대북 전단 살포 작전을 개시하려고 했지만 비가 오고 바람이 북쪽에서 남쪽으로 부는 등 여건이 좋지 않아 연기했다”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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