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출렁이자 은행 지수연계 상품 봇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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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모처럼 찾아온 투자기회일까, 누리엘 루비니 교수가 경고한 ‘20% 하락장’의 시작일까. 주식시장이 출렁이면서 투자자들의 고민이 커진다.

코스피 지수가 44포인트 급락한 다음 날인 26일, 은행들은 주가지수와 연계된 투자상품을 잇따라 선보였다. 원금을 까먹을 위험은 줄이면서도 주가가 오르면 시중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들이다. 주가 하락이란 기회를 놓치긴 싫지만, 폭락장에 발목 잡힐까 두려운 소극적인 투자자를 겨냥했다.


기업은행은 26일 적립식 투자자를 위한 ‘IBK적금&펀드’를 출시했다. 이름 그대로 적금(IBK내맘대로적금)과 펀드(국내주식형 인덱스펀드)에 동시 가입하게 된다. 처음엔 투자금의 절반씩을 적금과 펀드에 돈을 넣지만, 그 이후엔 비율이 코스피 지수의 움직임에 따라 자동으로 조절된다. 고객이 정한 구간보다 코스피 지수가 떨어지면 펀드에 돈을 더 많이 넣고, 코스피 지수가 오르면 적금 이체 비율을 높이는 식이다. 예를 들어 고객이 구간을 1500~1600포인트로 정하고 코스피 지수가 1400대로 떨어지면 적금에 40%, 펀드에 60%를 넣는다.

주가가 떨어져도 주식을 꾸준히 사서 평균 매입단가를 낮추는 ‘적립식 효과’를 최대한 이용하는 상품구조다. 이 은행 전략상품부 김국종 팀장은 “최근 주가가 많이 떨어진 만큼 장기적으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면 투자하기 나쁘지 않은 타이밍”이라고 말했다.

코스피200 지수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지수연계예금(ELD)도 줄이어 나왔다. 1년이나 1년 반 정도 목돈을 한꺼번에 넣어놓으려는 투자자라면 고려해볼 만한 투자처가 ELD다. 대부분 코스피200 지수가 일정 범위 안에서 움직이면 지수상승률과 연계해 수익을 준다. 코스피200 지수가 범위를 벗어나도 원금은 100% 보장돼, 하락장에선 주식이나 펀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지금은 주가가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한번 더 폭락이 올 수 있다는 우려도 아직 남아 있다. 하나은행 상품개발부 정재훈 차장은 “이렇게 불안할 땐 기대수익이 펀드보다 작더라도 원금 보장이 되는 ELD를 고객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의 ‘지수플러스 정기예금 안정투자형 44호’는 1년 반 뒤 코스피200 지수가 기준지수의 130% 미만이면 최고 14.4%(연 9.6%)의 수익을 낸다. 가입 기간 중 한번이라도 지수가 130% 이상이 되면 수익률은 9.6%(연 6.4%)로 확정된다.

농협의 ‘지수연동예금 10-6호 상승낙아웃형’은 만기지수가 최초지수(6월 14일 종가)보다 30% 오르면 연 15.9%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지수가 떨어지면 원금만 돌려받는다.

외환은행은 최고 연 16%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베스트 쵸이스 정기예금’을 8일까지 판매한다. 지수 상승률의 40%를 수익으로 주지만, 만기지수가 기준의 40%를 한번이라도 초과하면 수익률이 연 4%로 줄어든다.

은행의 ELD 상품은 최소 가입 금액이 100만원이다. ELD 수익률을 따질 때 쓰이는 기준지수는 판매 마감일의 다음 거래일 코스피200 지수 종가로 결정된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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