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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밑 산행 어디가 좋을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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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슬픈 사슴의 전설을 간직한 한라산 백록담(1천9백50m)이 ‘동화속 은빛 세계’로 바뀐다.

백두대간을 따라 불어온 매서운 북서풍이 한바탕 휘몰아 친 태백산의 주목은 흰옷을 걸친 상고대(밤새 기온이 급강하해 공기 중의 수분이 나무에 달라붙은 현상)로 변하며 천년의 그리움을 잉태한다.

그리고 설악산의 공룡 능선,오대산 노인봉과 고사목으로 뒤덮힌 지리산 제석봉에도 솜사탕처럼 하얀 눈이 뒤덮는다.

겨울 산은 눈이 내려야 제격이다.성탄절을 전후해 내린 폭설로 설악과 오대산 등 강원도내 대부분의 산들은 은백의 세계를 연출하고 있다.

적막이 감도는 숲에는 설화(雪花)가 만발하고 찬바람이 스쳐 지나간 자리에는 빙화(氷花.쌓였던 눈이 얼면서 얼음 알갱이가 가지에 매달린 것)가 눈부시게 피어난다. 그리고 등산객들은 신(神)이 천상(天上)에 빚어놓은 조각품을 감상하기 위해 산을 오른다.

산악인 알버트 F 머메리(영국인)는 '길이 끝나는 곳에서 등산이 시작된다'고 말한 바 있다.

올 연말도 예외없이 새해 아침을 눈덮힌 산정에서 지내려는 많은 등산객들이 산을 찾아 떠날 예정이다. 오색영롱한 햇무리가 비추는 순백의 산정에서 인생과 자연을 배우기 위해….

강원도의 설악.오대.태백.치악산과 호남의 덕유.지리산,바다 건너 한라산은 대표적인 겨울 산행지로 손꼽힌다.

26일 현재 설악산 25㎝, 오대산 22㎝, 태백산은 약 30㎝의 적설량을 보였다. 그런가 하면 한라산에도 1m가 넘는 눈이 내려 지난 1일부터 등산객들이 성판악과 관음사 코스를 이용해 백록담을 오르고 있다. 백록담으로 오르는 등산로에 군락을 이룬 구상나무에는 솜사탕처럼 눈꽃이 피어있다. 한라산 등반은 왕복 10시간이상 소요된다.

한라산 국립공원 관리사무소(064-742-3084)는 시간에 따라 등산로 입구와 대피소에서 입산을 통제한다. 성판악 휴게소나 관음사에서는 오전 9시이후, 진달래 대피소와 용진각에서는 오후 12시이후 출입을 통제한다.

설악산으로 떠난 대부분의 등산객들은 대청봉에서 일출을 맞기 위해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밤을 새워 오른다.특히 대청봉에서 바라보는 일출은 붉은 불기둥을 바다에 드리우는 모습이 장관이어서 많은 사진작가들의 발길을 유혹한다. 겨울 설악의 아름다움은 눈속에 솟구친 바위 모습(암릉미)에 있으며 소나무 위로 눈가루가 뿌려지면 그 모습은 수묵화의 극치를 이룬다.

올해도 각 지역 안내 산악회는 1월1일을 맞아 짧게는 무박 2일에서 길게는 2박 4일 일정으로 산행을 떠난다.

특히 설악산이나 지리산으로 몰렸던 예년과 달리 서울의 경우 14개 산악회가 등반하기 쉬운 태백산으로 산행을 떠날 계획이어서 이곳은 새해 아침에도 몸살을 앓을 것으로 보여진다.

안내 산악회 중 명산회의 동해 일주,산울림산악회의 한라산 등반, 일중산악회의 남해안 일주 상품은 관광과 산행을 동시에 즐길 수 있어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동행해 볼만 하다.

명산회는 응봉산(경북 울진군.9백98m)과 주왕산(경북 청송군.7백20m)을 오르며 추암 해수욕장(강원도 동해)에서 일출을 맞는다. 그리고 환선굴(삼척).성류굴.백암온천(이상 경북 울진군)을 둘러보는 관광일정을 잡았다.

산울림산악회는 비행기가 아닌 선박 편으로 제주도를 간다. 30일 오전 완도를 출발해 제주에 도착한 후 성산 일출봉.산방굴사.용머리 해안을 관광하고 다음날 관음사~용진각~왕관릉~백록담~성판악으로 이어지는 한라산 등반을 마친다.

산굼부리.목석원.삼성혈을 관광하며 1월1일에는 마라도를 둘러본다. 당일 오후 3시 배편을 이용해 완도로 돌아와 버스편으로 1월2일 새벽 2시경 서울로 돌아오게 된다.

일중산악회는 봉황산(전남 장흥군 고금면.2백14m), 삼문산(전남 장흥군 약산면.3백97m), 봉래산(전남 장흥군 봉래면.3백60m) 등 남해안의 3개 산을 올라 일출과 일몰을 감상한다.

그리고 화순 운주사, 강진의 영랑 생가와 고려 도요지, 고흥 소록도와 외나로도 선상 유람을 즐긴 후 지리산 온천에서 피로를 풀고 귀경길에 오른다.

글.사진=김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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