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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할머니 일본 대사관 앞 올 마지막 수요집회 열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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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지난 2월 캄보디아에서 훈 할머니, 중국에서 조윤옥 할머니, 그리고 이춘봉.김점수.황옥임.김재수 할머니…. 올해도 일본정부의 사과를 못 받고 여섯분의 할머니가 세상을 뜨셨습니다."

26일 낮 12시 서울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는 정신대할머니들의 올해 마지막 수요집회가 열렸다.

'일본정부의 공식사과와 법적 배상'을 요구하며 매주 집회를 열어온 지 이날로 4백90번째.

이날은 올해 숨진 할머니들을 위한 조촐한 추모회가 있었다.

세종문화회관으로 자리를 옮겨 진행된 추모회에서 노환과 병으로 먼저 간 할머니들의 이름이 호명되자 참석한 열명의 할머니들은 소리 없이 오열했다.

황금주(82.서울 양천구 목동)할머니는 "1998년에 훈 할머니가 한국에 들어왔을 때 자주 만났었는데…"라며 하나둘 먼저 세상을 떠난 동료들을 떠올렸다.

시인 홍옥주(42)씨의 추모시 낭독도 있었다.

'…해방은 그들에게 속곳 한조각만 남겨진 버려짐이었다. …강물로 흐를 때까지 잠들지 마라 훈아.'

이날은 92년 1월 8일 첫 집회 후 흘러간 9년을 돌아보는 자리이기도 했다.

특히 지난 4월 일본 문부성이 종군위안부 대목을 삭제한 역사교과서에 대해 검정합격 판정을 내림에 따라 격렬하게 보낸 올 한해에 할머니들은 의미를 두었다. '일본 교과서 수정'을 요구하며 많은 시민들이 함께 한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서울 미아동 성바오로의 딸 수도회소속 수녀들과 경실련 회원 박세영(79)씨, 일반인 등 단골 참석자 20여명은 이날도 모습을 보였다.

아스테리아(홍승례.30)수련수녀는 "인간의 평등과 자유를 위한 할머니들의 외침이 물방울이 큰 물결을 만들 듯 일본정부의 공식 사과를 받을 희망을 갖게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지난해 12월 도쿄(東京), 지난 3~4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한.일.필리핀 3개국 민간 국제여성법정에서 내린 히로히토(裕仁) 전 일왕 등 전범들에 대한 유죄 판결문 등을 이날 4권의 책으로 냈다.

행사가 끝난 오후 5시.걸음이 불편한 한도순(90.경기 광주 나눔의 집)할머니는 "나이를 먹으면 돌아가는 거야. 하지만 어떻게 쉽게 눈을 감겠어"라고 중얼거리며 자리를 떴다.

정효식 기자

사진=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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