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모든 것 전시법 따르겠다” 협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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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남북 관계 전면 단절을 선언한 25일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담화는 하루 전 나온 우리 정부의 천안함 관련 대북 조치와 관련한 종합 대응책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주 정부의 천안함 침몰 조사 결과 발표 때 공언했던 ▶남북 관계 전면 폐쇄 ▶남북 불가침합의 전면 파기 ▶남북 협력사업 전면 철폐라는 틀을 구체화했다. 특히 북한이 남북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전시법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밝힌 점은 주목거리다.

북한이 밝힌 8가지 대남 조치는 대부분 우리 정부의 대북 응징책에 대한 맞대응 차원에서 이뤄졌다. 남측과의 관계 단절이나 이명박 대통령 임기 동안 당국 간 대화와 접촉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은 정부가 예상해 온 수준이다. 또 판문점 연락사무소 폐쇄 등은 이미 2008년 북한 군부의 12·1 조치 때 등장했던 카드다.

눈에 띄는 대목은 개성공단의 폐쇄 문제에 대해 언급이 없다는 점이다. 조평통은 “개성공업지구에 있는 북남 경제협력 협의사무소를 동결·철폐하고 남측 관계자들을 즉시 전원 추방한다”고 강조했다. 남북 경협업자들의 투자 협의 논의 창구인 경협 사무소의 폐쇄를 언급하면서도 공단 존폐 문제는 피해 간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개성공단이 가지는 상징성과 일방 폐쇄 때의 부담감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근로자 4만3000여 명의 일자리가 달려 있는 현실적인 문제도 작용했을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북한은 이번 조치가 1단계란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천안함 침몰 사태로 인한 남북 관계의 긴장 수위가 높아질 경우 개성공단 폐쇄 수순도 밟을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다른 강경 대응을 내놓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북한은 우리 군 당국의 확성기와 대형 전광판을 통한 대북 심리전 재개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했다. 조평통은 “괴뢰패당의 대북 심리전에 대한 전면적 반격을 개시한다”고 주장했다. 또 남조선 선박·항공기의 북측 영해·영공 통과를 금지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미주 노선 등 이용 항공기의 늘어난 운항시간이 무기한 이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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