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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기증 릴레이 4명에게 새 삶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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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얼굴조차 모르는 사람들끼리 장기기증 릴레이가 이어져 감동을 주고 있다.

전북 군산시 미룡동에서 미장원을 경영하는 최현옥(46.여)씨는 21일 전남대 병원 수술대에 오른다. 만성신부전증으로 시달리는 박모(34.광주시 서구)씨에게 자신의 신장 하나를 떼주기 위한 수술을 하기 위해서다.

평소 장애인복지시설 등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해오던 崔씨가 장기 기증에 관심을 가진 것은 10여년 전.

어느 교장선생님이 아무런 인연도 없는 사람에게 장기기증을 한 신문기사를 읽고 나서다. 그녀는 지난 9월 한 택시기사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장기기증 결심을 밝히는 것을 듣고 "이웃의 아픔을 덜어주는 사랑의 행렬에 동참하자"고 결심했다.

崔씨의 남편(47)은 "몸에 무리가 올 수도 있는데 돈으로 돕자"고 만류했다.

그러나 崔씨는 "단란한 우리 가정의 행복을 어려운 이웃들에게 조금만 나눠주자"고 남편을 설득, 신장.각막은 물론이고 시신기증까지 서약했다.

그녀의 아름다운 마음은 사랑의 씨앗이 됐다. 그녀의 신장을 이식받을 朴씨의 오빠 기룡(40.회사원.광주시 북구)씨가 21일 서울 삼성의료원에서 조영두(37.전기기사.경남 창원시)씨에게 신장을 나눠주기 위해 수술을 받기로 한 것이다.

기룡씨는 "동생을 대신해 마땅히 할 일을 하는 것일 뿐"이라며 "내가 먼저 기증할 마음을 갖지 못한 것이 오히려 부끄럽다"고 말했다.

이같은 마음은 조씨의 형수에게 이어졌다. 조씨의 형수 김양심(35.서울시 영등포구)씨가 시동생이 목숨을 구한 데 대한 보답으로 추율엽(39.의류업.서울시 마포구)씨에게, 秋씨 부인(30)은 대전에 사는 이영호(52)씨에게 잇따라 신장을 기증키로 서약한 것이다.

秋씨의 부인 이순란씨는 "그동안 남편의 고통을 대신할 수 없어 서러웠었다"며 "얼굴조차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자신의 생명을 이웃에 나눠주는 사랑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고 말했다.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 전북본부 양승훈 간사는 "네명이 새로운 삶을 찾게 된 이번 릴레이는 한편의 휴먼드라마"라며 "생명을 살리는 일에 보다 많은 시민의 참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주=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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