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소통 리더십은 뛰어난데 희생 정신은 부족한 리더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영국 옥스퍼드대 전략리더십 연구소의 모토다. 전지전능한 리더가 이끄는 건 독재다. 그런 사람은 존재하지도 않는다. “리더십의 제1 요건은 내가 누구인지 아는 것이다. 나를 모르면 남 설득은 불가능하다.” 서울대 리더십 센터 김광웅 상임고문의 지적이다. 본지 탐사기획팀이 리더십센터와 함께 ‘광역자치단체장 리더십 지도’를 공동기획한 이유다.

한 달여간 서울시, 경기도와 인천·대전 등 6개 광역단체장 양대 후보들을 만났다. 리더십센터에서 지난 2년여간 개발한 한국공공리더십지수(KPLI)에 따른 설문지에 후보들이 직접 기입했다. 조사 결과는 ‘의사소통 능력 발달, 희생·봉사 정신 부족’으로 요약됐다. 다양성, 협상력, 자신감, 의사소통 능력 등 선출직에 필요한 설득력은 대부분 뛰어났다. 일부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창조와 혁신, 상상력도 꽤 높았다. 정작 관심을 끄는 대목은 희생·봉사 정신의 부족이다. 공직에 출마하는 후보로서는 무시하기 어려운 흠결이다. 김 상임고문은 “우리의 리더들은 남을 앞세우고, 남을 위해 열심히 한다는 희생·봉사 훈련을 쌓은 적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조사 실적은 알찼다. “나도 잘 모르는 내 리더십 유형을 알 수 있다니 흥미롭다.”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반응이다.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 선거본부의 임종석 대변인은 “제대로 본 것 같다. 의사소통능력이 뛰어나고 유머는 부족하다는 데 동의한다”고 분석 결과를 평가했다.

이게 바로 출발점이다. 사전 준비용 질문지 없는 인터뷰, 후보자가 직접 기입하는 설문조사 방식 등 새로운 시도는 바로 여기에서 의미를 갖는다. 근거리에서 본 예비 리더들에게는 강점만큼이나 허점도 있었다. 본인의 리더십 유형을 파악하고 부족한 부분은 참모진을 잘 꾸려 보완한다면 건강한 팀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 긴박한 선거 일정 중에 가감 없이 자신을 드러내 준 후보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권근영 탐사부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