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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발 받은 신약 R&D투자 … 판매 20위 중 11개가 국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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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지난해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10대 의약품 가운데 7개가 다국적 제약사 제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국인의 사망 원인 2위인 심혈관계 질환 치료제나 고혈압약이 상위 순위를 휩쓸었다. 2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건강보험을 적용한 의약품 중 가장 많이 팔린 약은 프랑스계 제약사인 사노피아벤티스의 혈전방지제 ‘플라빅스’였다. 노바티스의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 ‘글리벡’, 한국화이자의 고혈압약 ‘노바스크’ 등도 베스트셀러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다국적 제약사들은 2000년 의약분업 이후 의사들의 처방이 복제약 대신 오리지널약으로 바뀌면서 시장을 계속 확대해 왔다. 2000년 22.2%이던 시장 점유율이 2006년 27.7%까지 올랐다가 지난해에는 24%로 떨어졌다. 지난해 팔린 처방약 11조4649억원 중 26개 다국적 제약사 제품은 2조7557억원이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집계). 점유율은 하향세를 보이고 있지만 상위 품목에선 여전히 강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강희정 약제기준부장은 “글리벡과 같은 대체제가 없는 독점 약을 외국 제약사가 공급하고 있어 많이 처방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제약사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선두주자는 동아제약이다. 이 회사의 위염치료제 ‘스티렌’이 2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국산 약이 2위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이 약은 쑥에서 성분을 추출한 천연물 신약으로 효능이 좋고 부작용을 줄였다고 한다. 한미약품의 고혈압약 ‘아모디핀’(6위), 대웅제약의 뇌혈관질환치료제 ‘글리아티린’(10위)이 10위 안에 들었다. 10위 안에 국산 약이 3개 들어간 것도 드문 일이다. 11~20위에는 국내 제약사가 압도적으로 많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한국아스텔라스제약 제품을 제외한 나머지는 국내 회사 약이다. 대웅제약의 ‘알비스’와 동아제약의 ‘플라비톨’ 등 3개는 외국 신약의 특허가 만료되면서 화학적 구성을 바꾼 개량 신약이다. 녹십자의 간이식환자용 B형 간염 예방약(헤파빅)은 생물학 복제약인 바이오시밀러다. 그동안 국내 제약사들이 꾸준히 연구개발(R&D) 투자를 해온 덕분에 그나마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들의 인기 품목에 세계적인 신약이 없는 점은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신성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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