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제약사들은 2000년 의약분업 이후 의사들의 처방이 복제약 대신 오리지널약으로 바뀌면서 시장을 계속 확대해 왔다. 2000년 22.2%이던 시장 점유율이 2006년 27.7%까지 올랐다가 지난해에는 24%로 떨어졌다. 지난해 팔린 처방약 11조4649억원 중 26개 다국적 제약사 제품은 2조7557억원이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집계). 점유율은 하향세를 보이고 있지만 상위 품목에선 여전히 강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강희정 약제기준부장은 “글리벡과 같은 대체제가 없는 독점 약을 외국 제약사가 공급하고 있어 많이 처방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제약사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선두주자는 동아제약이다. 이 회사의 위염치료제 ‘스티렌’이 2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국산 약이 2위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이 약은 쑥에서 성분을 추출한 천연물 신약으로 효능이 좋고 부작용을 줄였다고 한다. 한미약품의 고혈압약 ‘아모디핀’(6위), 대웅제약의 뇌혈관질환치료제 ‘글리아티린’(10위)이 10위 안에 들었다. 10위 안에 국산 약이 3개 들어간 것도 드문 일이다. 11~20위에는 국내 제약사가 압도적으로 많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한국아스텔라스제약 제품을 제외한 나머지는 국내 회사 약이다. 대웅제약의 ‘알비스’와 동아제약의 ‘플라비톨’ 등 3개는 외국 신약의 특허가 만료되면서 화학적 구성을 바꾼 개량 신약이다. 녹십자의 간이식환자용 B형 간염 예방약(헤파빅)은 생물학 복제약인 바이오시밀러다. 그동안 국내 제약사들이 꾸준히 연구개발(R&D) 투자를 해온 덕분에 그나마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들의 인기 품목에 세계적인 신약이 없는 점은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신성식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