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신인 문학상 시조부문] 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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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컵 - 김보영 -

Ⅰ.

손과 손을 둥글게 맞잡은 물방울이

수채화 속 휘어진 세상을 담아든다

구포역, 낡은 탁자 위 덩그러니 놓여진 꿈.

Ⅱ.

어릴 적 뛰놀던 길, 그 컵을 들여다본다.

헤엄치는 물고기의 일렁이던 비늘이

희미한 기적(汽笛)되는가, 그림자가 되는가.

Ⅲ.

노을 속 동백꽃 빨갛게 타오르다,

보송한 솜털 박힌 이파리 하나 톡 떨군다.

새하얀 목덜미 두르고 겨울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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