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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사건 유엔서 논의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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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절대 용납될 수 없는 일로 유엔에서 논의해야 합니다.”

193개 회원국을 거느린 유엔전문기구인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의 이리나 보코바(57·사진) 사무총장은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한국의 유네스코 가입 60주년 기념식 참석 등을 위해 22일 방한한 보코바 총장은 이날 서울의 한 호텔에서 본지와 인터뷰하며 “이러한 공격 행위는 한반도뿐 아니라 세계 안보 전체에 대한 위협”이라며 “절대 허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북한까지 회원국으로 둔 유엔기구 수장이 강한 톤으로 공격 행위를 비난한 것은 천안함 사건 이후 처음이다. 보코바 총장은 옛 소련권인 불가리아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여성으로는 처음 유네스코 총장에 취임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국제조사단의 조사 결과 북한이 천안함 공격의 주체로 드러났다.

“나는 옛 사회주의권 출신으로 냉전과 대립의 의미를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 냉전의 마지막 잔재가 남은 한반도에서 일어난 이번 사건은 유엔에서 논의돼야 한다. 46명의 희생자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며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한국이 병인양요(1866년) 때 프랑스에 약탈 당한 외규장각 도서의 반환 문제에서 유네스코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한국민의 염려를 잘 알고 있다. 다른 나라들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지만 유네스코가 직접 개입할 법적 근거나 수단은 없다. 다만, 당사자 간 협의를 중재할 준비는 되어 있다. 실제로 이탈리아가 37년 에티오피아에서 빼앗아 갔던 오벨리스크를 2004년 되돌려 주도록 중재한 적도 있다.”

-문화자산과 창의력을 갖춘 도시들을 선정하는 유네스코의 ‘창의도시 네트워크’ 사업에 경기도 이천과 서울특별시가 등재 신청을 했다.

“지난해 이천이 공예, 서울시가 디자인 분야로 신청했다. 현재 신청서를 검토중인데 가능성이 충분하다.이 사업은 2004년 시작됐는데, 문학·음악·디자인·음식·공예·미디어아트·영화 등 7개 분야에서 14개국 19개 도시가 선정됐다.”

-유네스코는 생태환경과 생물다양성 보호를 위한 ‘생물권보존지역’ 지정 사업을 하고 있다. 한반도의 비무장지대(DMZ)의 등재가 추진중인데.

“아주 흥미로운 제안이다. 중요한 것은 남북한이 합의하는 것이다.”

-6·25전쟁 직전 유네스코에 가입한 한국은 전후 교과서 인쇄 공장을 세우기 위해 원조를 받는 등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이제는 도와줄 때가 됐다는 시각이 많다.

“그동안 한국은 정치·경제적으로 전혀 다른 수준의 나라가 됐다. 올해 한국의 유네스코 분담금(약 94억 원)은 193개 회원국 중 11위다. 2008년엔 180만 달러의 별도 교육기금도 내놨다. 한국의 더 많은 기여를 기대한다.”

-한국의 인상은.

“한국이 이룬 경제기적의 바탕에 높은 교육열이 있었다는 데 감동을 받았다. 한국 음식도 입맛에 맞다. 특히 매운 김치를 좋아한다. 불가리아에도 배추와 고추로 만드는 비슷한 음식이 있다. 집에 커다란 청자가 있는데, 푸른 유약을 바른 무늬가 일품이다. 아리랑의 선율은 아주 매력적이다.”

-유네스코의 첫 여성 총장에 올랐는데.

“오히려 주변의 기대와 요구가 더 많다. 그만큼 책임감도 무겁다. 개인적으로 성평등 문제에 역점을 두고 관련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고 있다. 보좌진도 남성과 여성이 반반이다. 여성 교육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글·사진=유철종 기자

◆ 이리나 보코바 사무총장= 1990년대 중반 불가리아 외무장관과 주프랑스 대사를 지내는 등 30년 이상 외교관으로 활동했다. 2004년 불가리아의 나토 가입과 2007년 유럽연합(EU) 가입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 러시아 국제관계대학(MGIMO)을 거쳐 미국 메릴랜드와 하버드 대학에서 공부했다. 영어·러시아어·스페인어·프랑스어에 능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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