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서해안 고속도 속속 개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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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대관령.죽령.육십령-.

올해 뚫린 고갯길이다. 이 덕에 지금까지 4시간20분 걸리던 서울~주문진간을 3시간15분에, 5시간30분 걸리던 서울~목포간을 4시간32분에 돌파할 수 있게 됐고, '진주라 천릿길'도 네시간 거리로 좁혀졌다.

14일 중앙고속도로(2백80㎞)가 전면 개통됐고, 1주일 후엔 서해안고속도로(3백53㎞)도 완전 개통된다. 한달 전엔 대전~진주간 고속도로(1백61㎞)가 열렸고, 영동.동해고속도로 확장 공사도 끝났다.

터널이 많아 차량 정체가 심하던 중부고속도로 호법~하남 구간엔 아예 직통 고속도로가 하나 더 생겼다.

이에 따라 전국토에 걸친 '남북 7개축, 동서 9개축'의 기간망이 갖춰져 어디라도 반나절이면 오갈 수 있게 됐다. 오지(奧地)가 없어진 셈이다. 바야흐로 '고속도로 시대'다.

◇ 수송량 30% 담당=1968년 말 경인고속도로 24㎞로 시작한 고속도로는 33년 만에 총연장(延長) 2천6㎞로 82배 이상 늘었다. 지금까지 투입된 건설비만 18조7천억원.대부분의 고속도로가 4차선 이상이다.

고속도로는 전체 도로의 2.9%에 불과하지만 교통량 분담률은 30%에 이른다. 이번 중앙.서해안 고속도로의 완전 개통으로 수송 용량이 20.6%나 늘었고, 혼잡한 기존 경부.중부 고속도로 통행량을 6%나 줄여 숨통이 트였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전국 시.군 중심부에서 고속도로까지의 접근시간이 지난해 평균 56분에서 41분으로 줄었다"며 "이같은 통행시간.거리 편익을 화폐가치로 환산하면 새로 개통된 고속도로로 인해 이용자들이 얻게 될 하루 총이익은 43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한라대 윤재호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내 고속도로의 국내총생산에 대한 기여도는 0.26%, 승수 효과는 1.43으로 고속도로에 1백원을 투자하면 1백43원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앞으로 막대한 국가 이익이 기대된다.

◇ 이용 차량의 변화=고속도로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차종은 승용차로 1991년 화물차 대수를 추월했다. 승용차:버스:화물차의 고속도로 이용 비율이 75년 17.3:21.3:58.4이던 것이 2000년엔 53:13:34로 바뀌었다. 더 이상 '고속도로=산업동맥'이 아닌 셈이다. 뿐만 아니라 이용 차량의 운행 거리도 짧아지고 있다.

75년엔 차량당 평균 이용 거리가 1백7.3㎞였으나 99년엔 63.0㎞로 줄었다. 때문에 75~2000년 중 고속도로 수송 능력은 연평균 4.2%씩 증가했으나 고속도로 혼잡도는 별로 나아진 게 없었다. 같은 기간 교통량은 연평균 11.3%씩 증가했고, 특히 경부 고속도로의 경우 15.7배, 경인 고속도로는 11.6배나 늘었다.

고속도로가 이처럼 승용차를 이용한 출퇴근 교통에 이용되면서 대도시 주변 고속도로는 심한 정체로 몸살을 앓게 됐고, 이에 따라 물류비 절감 효과도 그만큼 줄어들어 대책 마련이 요구되는 것이다.

◇ 빚으로 얻는 행복=이같은 고속도로 확충으로 국민의 늘어난 행복 만큼이나 부담해야 할 빚도 늘었다. 한국도로공사는 빚이 지난해 말 11조5천억원에서 올해 말엔 12조4천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89년 이후 고속도로 건설비의 절반을 공사가 부담(연평균 4조원)하면서 늘어난 빚 때문에 이젠 '빚을 갚기 위해 또 빚을 얻어야 하는 악순환'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공사는 물론 정부도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음성직 교통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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