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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가족들을 감동시켜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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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 임산부 등 한국아스트라제네카 여직원들이 "작은 쉼표"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서울 삼성동의 다국적 제약업체인 한국아스트라제네카 사무실에는 지난달 초 널찍한 소파와 공기청정기를 갖춘 '작은 쉼표'라는 휴게실이 문을 열었다.

출산을 앞둔 이 회사 메디컬부 박진영 주임은 "부종과 피로로 힘들었는데 하루에 여러 차례 이곳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산부와 수유부들을 위한 이 공간에는 모유를 짜놓고 보관했다가 퇴근 후 가져갈 수 있도록 냉장고까지 마련해 놓았다.

현재 이 회사의 임산부는 5명에 불과하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이승우 사장은 "그러나 여성 직원 비율이 30%에 달하고 이중 결혼 적령기인 20~30대가 전체의 99%"라며 "예비 신부와 예비 엄마들을 위해 휴게실을 미리 널찍하게 꾸몄다"고 말했다. 태아와 영아까지 배려해야 직원들이 마음놓고 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국계 기업들이 색다른 복지제도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이색적인 복지 아이디어를 통해 적은 비용으로 큰 애사심을 이끌어내기 위한 것. 최근에는 직원 가족들까지 회사 정성을 느낄 수 있는 감성적인 복지제도가 눈길을 끌고 있다.

BAT코리아는 최근 회사 돈으로 단체 생명보험에 가입했다. 이 보험의 특징은 직원뿐 아니라 직원 가족들의 입원비.치료비와 간호비를 보장해 주는 것. 지난 5월 직원 자녀가 급성 장염으로 입원했을 때 이 보험 덕분에 아무런 부담 없이 2인실에서 편안하게 치료를 받았다. 이 보험은 질병이나 사고로 직원이 사망할 경우 유가족들이 연봉의 2~5배를 보험금으로 받을 수 있게 설계돼 있다.

한국 썬 역시 회사가 비용을 부담해 직원이나 직원 가족이 병이 나면 치료비와 입원비를 모두 부담하는 질병 보험에 가입했다. 지난해부터 이 회사는 '행복한 가정 만들기'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직원 부부를 모두 초청해 전문가들로부터 '자녀와의 대화법' 등의 강의를 듣도록 하고 있다.

직장 여성에게 가장 고민스러운 문제는 역시 육아다. 이를 위해 직접 육아방을 운영하는 외국계 회사들이 적지 않다.

한국 IBM은 초등학생 자녀를 둔 기혼여성들이 학교 급식이나 발표회 등에 참여할 수 있도록 반나절 휴가를 낼 수 있게 배려하고 있다.

또 도곡동 본사 6층에는 냉장고.살균기까지 갖춘 모유 수유공간을 마련했고, 대교.하나은행.NHN과 함께 서울 서초동과 경기도 분당에 '푸르니 어린이집'을 세웠다. 이곳에는 생후 6개월~취학 전 아동을 오전 7시30분 ~ 오후 10시에 마음놓고 맡길 수 있다.

한국 P&G도 직원들이 1박 이상의 출장이나 회의.교육을 떠나면 가족들을 대신 떠맡는다. 이를 위해 어린애가 있는 여성 직원이나 몸이 불편한 부모를 모시고 있는 직원들이 출장을 가면 탁아 비용이나 간병 비용을 회사가 지원한다.

다국적 제약회사인 한국 BMS 역시 직원들의 자녀가 12개월이 될 때까지 영아용 분유를 집으로 직접 배달해 준다. 회사의 정성을 느끼도록 하는 배려다. 한국 BMS는 또 연초에 세운 실적 목표를 달성하면 연말에 전직원을 배우자 동반으로 국내외 여행을 보내준다. 1999년 태국을 시작으로 코타키나발루.괌.시드니.일본 하우스텐보스를 다녀왔으며 올해도 일찌감치 목표를 초과 달성해 100여명의 전 직원이 부부 동반으로 보광 휘닉스파크에 갔다.

이 같은 외국계 기업들의 가족 복지제도는 해외 본사에서 들여온 경우가 많다. 그러나 최근에는 한국 BMS나 IBM, 한국 썬처럼 국내 실정에 맞게 독특한 복지제도를 개발하는 회사가 많아지고 있다.

한국 IBM의 김광원 부장은 "이런 복지제도를 도입하는데 그리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면서 "직원들의 충성심을 높여 이직률을 낮추고, 가정이 편안하면 업무 능률도 향상돼 비용 대비 효율이 훨씬 높다"고 설명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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