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ABM협정 왜 탈퇴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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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ABM협정을 탈퇴키로 한 결정은 미국이 21세기 안보전략의 핵심으로 추진하고 있는 미사일방어(MD)체제 구축과 직결돼 있다.

1972년 체결된 ABM협정은 미국과 소련의 핵전력에 균형을 유지해 핵전쟁 발발을 막는다는 논리에 근거한 것이다. 다시 말해 핵탄두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방어수단을 원천적으로 제한하면 어느 한쪽이 보복공격을 받을 위험을 무릅쓰고 선제공격에 나설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발상이다.

하지만 미국은 냉전 종식과 함께 이같은 '공포에 의한 균형'전략도 근거를 상실했다고 본다.

러시아는 핵전력을 유지, 운영할 능력을 잃었으며 오히려 미국이 관리를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다.

대신 미국은 이라크나 북한, 이란 등 이른바 '불량국가'들이 탄도미사일 능력을 보유하게 된 것이 탈냉전 시대 최대의 안보위협이라고 본다.

이들 나라의 군사력은 미국에 비해 절대 열세에 있기 때문에 오히려 핵 선제공격을 가해올 가능성이 냉전시대보다 더 크다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한 전략틀로 1990년대에 급격히 부상한 것이 바로 MD 구상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요격미사일 배치를 제한하고 있는 ABM협정을 개정하거나 폐기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선 유일 강대국인 미국이 압도적인 핵전력 우위를 구축해 패권국가로서의 지위를 영구화하려는 전략이라고 경계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은 "MD구축의 명분은 불량국가의 위협을 막는다는 것이지만 사실은 우리를 겨냥하고 있다"고 반발한다.

클린턴 행정부는 2005년 실전배치 완료를 목표로 MD를 추진하면서도 국제사회의 반발 등을 고려, 협상의 여지를 남겨왔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출범직후부터 ABM협정을 일방적으로 탈퇴하더라도 MD를 반드시 실현하겠다는 집념을 보여왔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올해 취임 후 다섯차례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ABM협정 개정에 대한 이해를 구했으며 각료급.실무자급 회담도 계속해 왔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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