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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씨름 장사들 초유의 농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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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 지난 5월 8일 벌어진 고흥 장사씨름 백두급 결승에서 백승일(右)이 김영현에게 밭다리 공격을 하고 있다. 다음달 3일 구미 천하장사대회는 개최가 불투명해졌다. [중앙포토]

민속씨름이 존폐 위기에 몰렸다. 1983년 발족 이후 22년 만이다.

해체(다음달 6일)를 앞둔 LG투자증권 황소씨름단 선수들, 그리고 현대중공업 코끼리씨름단 선수 전원이 훈련을 중단했다. 한국씨름연맹 본부 사무실 농성이란 집단행동도 처음이다. 이들은 씨름연맹이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항의하며 "연맹에서 납득할 만한 대안을 주지 않으면 30일부터 단식농성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다음달 3일로 예정된 구미 천하장사씨름대회도 무산될 위기다. <본지 11월 18일자 19면>

백승일.최홍만 등 LG씨름단 선수와 코치진 16명은 29일 오전 서울 장충동 씨름연맹본부를 찾아 김재기 총재권한대행의 퇴진과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요구하며 농성에 들어갔다. 이태현.장정일 등 현대중공업 코끼리씨름단 선수 14명도 이날 오후 울산에서 비행기편으로 상경해 농성에 합류했다.

LG선수단은 "해체통보를 받고도 시합을 준비해야 하는 우리들은 감당할 수 없을 참담함과 비참함을 느끼고 있다"며 대책을 호소하는 성명을 냈다. 이기수 LG씨름단 코치는 "시대 흐름에 적응하지 못한 연맹이 기획력 등 능력 부족으로 남은 3개 씨름단 중 1개팀마저 없어지는 불행한 사태를 초래했다"며 "씨름인도 잘못이 있지만 행정을 관장했던 연맹이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 코치는 특히 "총재대행은 지난 6월 수장에 오른 뒤 팀 창단을 위해 나름대로 발로 뛰었다지만 결과가 없고 대안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퇴진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씨름연맹 측은 "총재대행이 LG씨름단의 제3자 매각을 위해 지금도 발로 뛰고 있다. 큰 대회를 앞두고 훈련에 열중해야 할 선수들이 집단행동에 나서면 대회 무산은 물론 연맹 전체가 공멸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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