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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벤처다] 上. 왜 지금 벤처진흥책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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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노무현 정부는 전 정권의 벤처 실정(失政) 여론을 의식해 집권 후에 벤처 지원 이야기를 가급적 입밖에 내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입장을 바꿨다. '한국형 뉴딜' 형식의 경기 부양책을 검토하면서 벤처형 기업혁신 모델에서 경제성장의 동력을 찾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참여정부'는 일단 '국민의 정부'의 벤처 육성책을 계승하되 엄정한 평가시스템을 보완해 옥석을 가려 지원키로 했다.

현 정부의 벤처 육성책은 이광재.서갑원 의원 등 열린우리당 내 '386' 핵심 인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최근 1조원 규모의 모태펀드(Fund of Fund) 의 설립 등 벤처 육성법 개정안을 여당의 당론으로 밀어붙인 것도 이들이다. 이들은 벤처 육성책을 담은 정책자료집을 지난달 초 발간해 벤처 띄우기의 선봉에 섰다.

여권 실세들과 벤처 기업인의 회동도 잦아지고 있다. 당정은 벤처인들과의 교감을 통해 벤처 진흥책의 밑그림을 조금씩 그려나가고 있다.

가령 창업주가 지분을 팔아 엔절 자금을 마련할 경우 자본 이득에 세금을 깎아주는 시책 등이 눈길을 끈다. 예전에는 사업주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소지가 있다고 금기시했던 방안이었다.

잠재력은 있는데 서툴러 실패한 창업자들을 돕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될성부른 사업 아이템은 실패한 것이라도 종자돈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중국 중관춘(中關村) 첨단 과학기술 단지를 본떠 해외 이공계 유학생이 귀국해 창업할 경우 돈을 대주고 창업 인프라를 지원할 방침이다. 대기업.중소기업 간 공정 거래 문제도 주요 현안이다. 중소기업이 계약서 없이 원가계산서.설계도면을 대기업에 제공하거나 대기업과 특허를 공유하는 일 등을 규제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정부 때 웬만한 지원책은 거의 다 선보여 눈이 번쩍 뜨일 만한 묘책이 많지 않다는 게 정책 당국의 고민이다.

한경동 한국외국어대 교수(경제학)는 "단기적 지원 성과에 몰두하기보다 길게 보고 벤처의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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