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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난 유엔총장 입지 흔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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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임기를 2년 남겨놓고 있는 코피 아난(사진) 유엔 사무총장이 흔들리고 있다.

이라크 문제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 표명으로 미국과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는 데 이어 유엔 사무국 직원들은 불신임 투표까지 준비하며 그를 몰아세우고 있다.

유엔 직원들의 이런 행동은 아난 총장이 루드 루버스 유엔난민고등판무관(UNHCR)의 부하 여직원 성희롱 사건을 기각한 게 발단이 됐다. 루버스 판무관은 지난해 12월 제네바 집무실에서 회의가 끝난 뒤 미국인 여직원을 뒤에서 껴안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네덜란드 총리 출신인 루버스는 이에 대해 친밀한 제스처였을 뿐 성희롱은 아니라고 부인해 왔다.

피해자는 지난 4월 이 사건을 유엔 내부 감찰팀에 진정했고, 아난 총장은 감찰팀의 보고서를 받은 뒤 7월 판무관을 엄중 경고하는 선에서 일을 마무리지었다. 그런데 이후 감찰팀 보고서에 피해자의 주장이 믿을 만하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직원들이 들끓기 시작했다.

이번 일은 미국이 사담 후세인 시절 유엔이 관리했던 '석유-식량 교환프로그램'의 비리를 조사하는 것과 맞물려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사건에는 유엔 관계자들이 거액을 횡령했거나 후세인 정권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아난 총장의 아들이 비리 연루업체인 스위스 코테크나사로부터 올 2월까지 매달 2500달러의 월급을 받은 것으로 최근 드러났다. 앞서 유엔은 그의 아들이 1999년까지만 월급을 받았다고 해명했었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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