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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불멸의 비틀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영국의 런던과 리버풀에는 '비틀스 도보관광'이란 관광상품이 있다. 전설의 4인조 그룹 비틀스의 자취를 답사하는 프로그램이다.

비틀스가 초창기 활동했던 리버풀에 있는 그들의 첫 무대 '캐번 클럽'과 생가, 녹음을 했던 런던 북부의 애비 로드 스튜디오와 앨범 재킷에 등장했던 그 앞의 건널목 등에는 지금도 숭배자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이집트인들이 피라미드와 파라오의 무덤으로, 인도인들이 타지마할로 두고두고 먹고 살 듯, 비틀스의 영광이 영국의 실업자 수를 줄이는 데 한몫 한다는 우스개가 오히려 진지하게 들린다.

1960년대 미국에 공연 온 그들을 기다리던 한 젊은 여성은 멤버들이 밟고 지나간 공항의 잔디를 움켜쥐고 황홀한 표정으로 눈물지었다. 당시 라이프지에 실린 이 한 장의 사진은 비틀스의 현역 시절 위상을 상징한다."비틀스는 예수보다 인기가 높다고 생각한다"는 존 레넌의 말은 종교계의 거센 비난을 샀지만 많은 팬들은 맞는 소리로 생각했을 것이다.

영국의 퍼브(선술집)에서는 다큐멘터리 등 비틀스 관련 프로그램이 방영되면 축구 중계와 중복되지 않는 한 이를 트는 게 관례다. 비틀스는 어쩌면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를 겸한 서구 문화계 최고의 상품이자 권력일지도 모른다.

비틀스 앞에 붙는 불멸이란 수식어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71년 해체됐음에도 인기는 30년이 한결같다. 히트곡을 모아 지난해 11월 발매한 베스트 앨범 '1'(비틀스 넘버 1)은 전세계에서 2천만 장이 넘게 팔렸다.

34개국에서 동시에 판매순위 1위에 올라 97년 록그룹 U2가 앨범 '팝(Pop)'으로 세운 32개국의 기록을 깼다. 최단 기간에 가장 많이 팔린 음반으로도 기록됐으며 영국에서는 9주 연속 1위에 올라 69년 자신들이 '애비 로드' 앨범으로 세운 이 분야 기록을 경신했다. 그들의 신화는 결코 시간에 녹슬지 않음을 증명한 것이다.

43년생으로 멤버 중 나이가 가장 적었던 기타리스트 조지 해리슨이 지난달 29일 하늘의 별이 되어 사라졌다. 평생 폴 매카트니와 레넌의 그늘에 가렸지만 음악을 대하는 정열은 누구 못지 않았다. 세번째 암이 발견돼 힘겹게 투병하던 지난 9월 초에도 그는 신곡을 녹음했다.

만년을 보낸 스위스의 별장에서 팬들의 가슴 속으로 거처만 옮겼을 뿐 그는 비틀스의 음악과 함께 영생할 것이다.

채인택 국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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