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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컴퓨터 '어떤게 있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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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3면

현재의 반도체 컴퓨터와는 전혀 다른, 차세대 컴퓨터 기술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뇌를 구성하는 신경세포와 반도체 회로를 연결한 컴퓨터 개발 연구가 진행되는가 하면, 원자 하나하나를 조작해 컴퓨터 CPU(중앙처리장치)처럼 계산을 하게 하는 양자 컴퓨터 기술도 발전하고 있다.

최근에는 DNA와 효소를 이용한 분자 컴퓨터의 기본 연구도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 반도체-생체 연결 컴퓨터=독일 막스 플랑크 연구소의 귄터 제크 박사팀은 반도체 회로와 달팽이의 신경 세포를 연결, 전기 신호를 주고 받는데 성공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이는 미국 국립과학원 논문집을 통해 소개됐다.

과학자들은 "지금은 반도체와 신경세포 한 두개를 연결하는 수준이나,더 발달하면 반도체 회로와 신경 세포의 집합체인 두뇌를 연결한 혁신적인 컴퓨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현재 반도체 컴퓨터는 두뇌와 달리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이 없는데, 반도체 회로와 두뇌를 결합해 판단력을 갖춘 컴퓨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영화 '코드명 J'에서처럼 컴퓨터와 두뇌를 전송선으로 연결해 데이터를 주고 받는 것도 가능하다.

이론적으로는 인간의 두뇌에 기계의 몸을 가진 사이보그도 만들 수 있다.

◇ 양자 컴퓨터=한국과학기술연구원(KAIST) 이순칠(물리학과) 교수는 올 여름 0에서 7까지 숫자의 덧셈.뺄셈을 할 수 있는 초보적인 양자 컴퓨터를 개발했다.

양자 컴퓨터는 원자의'스핀'이라는 성질을 이용해 계산을 한다.'2와 3을 더하라'는 신호를 자기장으로 바꾸어 액체 속에 든 원자들에 걸어주면,원자의 스핀이 '5'에 해당하는 값을 나타내는 식이다.

이교수의 양자 컴퓨터는 보통 컴퓨터의 CPU로 치면 3비트 짜리에 해당하는 것으로, 64비트인 현재의 PC에는 아직 크게 못 미친다.

현재 세계적으로는 7비트의 양자 컴퓨터가 개발돼 있다.

李교수는 "양자컴퓨터는 비트를 하나 늘리는 과정이 대단히 힘들어 개발에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양자 컴퓨터가 주목받는 이유는 지금의 슈퍼컴퓨터와 비교할 수 없이 빠른 컴퓨터를 만들 수 있기 때문.

이론적으로 원자 40개를 결합하면 1조개의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 분자 컴퓨터=세계 최고 권위의 과학잡지인 네이처 최근호는 효소와 DNA가 계산을 하도록 했다는 연구 논문을 실었다.

이스라엘 와이즈만 연구소의 에후드 샤피로 박사팀의 연구 결과다.

양자 컴퓨터와 비슷하게 '2와 3을 곱하라'는 명령을 전기 신호로 바꿔 효소와 DNA가 든 액체에 가하면, 효소가 DNA분자의 염기서열이 '6'을 나타내는 상태로 변하도록 만들어 놓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효소와 DNA를 이용한 것이 분자 컴퓨터다.

분자 컴퓨터의 장점은 DNA 분자와 효소로 구성되는 CPU를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게 만들 수 있다는 것.

서울대 장병탁(컴퓨터공학과) 교수는 "분자 컴퓨터는 사람 몸속을 돌아다니며 암세포 등을 찾아내 처치하는 마이크로 로봇에 붙여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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