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선의 사커 비전] 무난한 조편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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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비교적 만족스러운 조 편성이다.

포르투갈이 한조에 포함돼 언뜻 부담스러워 보이지만 눈여겨볼 것은 경기 일정이다. 포르투갈은 한국과 D조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맞붙게 된다.

포르투갈은 한국 경기 이전에 미국.폴란드 경기에서 승점을 벌어 16강 진출이 확정된다면 한국과의 경기는 무의미해진다. 포르투갈은 우승 후보이며 D조 최강이다. 또 포르투갈은 목표를 우승에 맞춘 팀이다. 전체적인 팀 컨디션과 선수들의 컨디션 사이클을 예선보다는 8강, 4강, 결승에 피크 포인트를 맞추는 대회 운용을 할 것이다. 이 점이 한국으로서는 조 편성이 비교적 잘 됐다는 근거다.

폴란드와 미국은 충분히 해볼 만한 상대다.

폴란드는 전체적인 팀플레이가 유럽에서는 러시아와 더불어 단조롭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술적으로 스트라이커 엠마누엘 올리사데베(22.파나티나이코스 아테네)와 플레이 메이커를 맡고 있는 표트르 스비어 체브스키(올리피크 마르세유)에 의존하는 비중이 크다.

이것이 한국으로서는 충분히 효과적인 수비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게 하는 긍정적인 점이다. 일단 두 선수를 묶게 되면 폴란드의 전체적인 팀 플레이의 파워를 급격히 떨어뜨릴 수 있다. 폴란드와의 첫 경기는 1998년 프랑스월드컵 때와 비슷한 상황이다. 첫 경기인 멕시코와의 승부가 16강 진출을 결정지은 것처럼 폴란드를 반드시 이겨야 16강을 바라볼 수 있다. 한국은 16년 만에 본선에 진출한 폴란드가 첫 경기를 치른다는 점을 집중 공략해야 한다. 큰 경기에 대한 부담이 있을 것이다.

미국 역시 어니 스튜어트(32).맥스 무어(30) 두 스트라이커가 북중미 예선에서 미국이 터뜨린 11골 가운데 7골을 합작했다. 이 점 역시 한국이 확실한 전술적 타깃으로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 미드필더 코비 존스(31.A매치 1백42경기),수비수 제프 아구스(33.1백15경기) 등 미국의 주축 선수들이 서른이 넘은 노장 선수들이어서 체력적인 약점을 집중 공략한다면 한국으로선 승점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있다고 본다.

단 제프 아구스.스티브 캐른돌.에디 퍼프로 구축된 수비는 매우 강하다.

예선 9경기에서 불과 7골밖에 내주지 않은 강한 수비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한국으로서는 목표가 16강이기 때문에 폴란드와 미국을 꼭 이겨야 한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경기 운영을 할 것을 요구한다. 포르투갈과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경우의 수를 따지는 것보다는 폴란드.미국을 꺾고 2승을 달성해야 한다.

한국은 상대팀이 전술적으로 분명한 색깔과 플레이 동선이 확연히 드러난 팀들이므로 남은 기간에 효과적인 준비만 한다면 좋은 기회가 올 것이다.

만약 포르투갈이 폴란드.미국과의 경기에서 소기의 성과를 올리지 못해 한국과의 경기에 최선을 다하는 최악의 상태만 아니라면 한국으로서는 조 편성이 비교적 무난하다고 볼 수 있다.

<중앙일보 축구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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