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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중국통 만들자" 화교학교 보내기 열풍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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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지난 8월 경기도 A화교(華僑)학교의 유치부. 20명을 뽑기로 한 이곳에 80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그중 화교는 5명뿐, 75명이 한국 어린이였다. 정원을 초과한 한국 어린이 60명을 되돌려 보내느라 학교측은 애를 먹었다.

학교 관계자는 "할 수 없이 학교 관계자의 추천서 내용이나 아이의 건강상태 등을 따져 입학생을 골랐다"고 했다.

그는 이어 "내년의 정규 신입생 모집 때까지 9개월이나 남았는데 요즘 한국 아이들의 입학 상담전화가 하루 5~6통씩 온다"고 말했다.

지난해 서울 B중학교에 입학했던 金모(14)군은 곧바로 학교를 자퇴하고 대구의 화교소학교(초등학교)1학년으로 6년을 낮춰 전학했다.

화교중학교로 옮기려 했지만 중국어가 안돼 갈 수가 없었던 것. 金군은 1년 넘게 꼬마들과 지내다 지난 5월 중국 창춘(長春)의 한 중학교로 유학갔다.

2008년 올림픽 유치, WTO 가입으로 더욱 거세진 중국물결 '한류(漢流)'를 타고 벌어지는 새로운 현상이다. 일찌감치 자녀에게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익히게 해 '중국통(通)'을 만들자는 부모들의 극성이 원인이다.

전국 31개의 화교학교(소학교 27.중고 4개)는 한국인에게 정규 학력 인정이 안되는 곳. 따라서 나중에 다시 한국의 상급학교로 진학하려면 별도로 검정고시를 쳐야 한다. 그럼에도 중국을 겨냥한 한국학생들의 발길이 이처럼 몰려들고 있는 것.

대구로 간 金군의 경우 부모와 떨어져 할머니와 단둘이 이사한 '유학' 케이스다.

그러나 지방의 화교학교를 찾아 가족이 아예 이사하는 사례도 많다. 서울지역은 교육당국의 감독이 심한 편이라서다.

경기도의 한 화교학교 1년 S양(8) 가족은 서울 강남의 아파트를 전세주고 지난 10월 학교 부근으로 이사했다.

S양의 어머니(33)는 "강남 주부들 사이에 '화교학교가 아이 장래를 위해 최고'라는 말이 돈다"면서 "8월 입학 후 한달은 하루 두시간씩 운전을 해 등교시켰지만 너무 힘들어 결국 이사를 했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전교생 1백10여명 중 60여명이 한국학생이고, 특히 S양의 학급은 30명 중 화교 학생이 셋뿐이다.

이 학교 관계자는 "화교학교들이 모국(대만)의 공립학교와 같은 교재와 수업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중국 현지유학과 같은 효과가 있는 것으로 여기는 듯하다"고 말했다.

다른 학교 관계자는 "학비(학기당 90만~1백20만원)가 그리 비싸지 않은 것도 배경"이라며 "매년 1백만원씩 기부금을 내겠다는 한국부모도 있다"고 소개했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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