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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기업들 내년 설비투자 5.8% 감소 계획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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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국내 주요 기업들은 내년에도 설비투자를 올해보다 5.8% 줄일 계획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감소폭은 올해(-11.8%)보다 크게 줄어 내년 하반기부터는 설비투자가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됐다.

산업은행은 30일 국내 2천8백28개 기업을 대상으로 지난 10월 1일~11월 14일 사이 내년 설비투자 계획을 조사한 결과 이들은 내년에 38조7천5백92억원의 설비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의 설비투자 감소폭(-5.3%)이 비제조업(-6.4%)보다 작을 것으로 예상됐다.

산은 조사부 김철 산업분석3팀장은 "미국의 9.11 테러로 국내 기업의 투자심리가 가장 얼어붙었던 시기에 조사했던 점을 고려하면 내년 설비투자 감소폭은 예상보다 작은 것"이라며 "국내 경기가 바닥권에서 벗어나고 있고 미국 경제도 조기 회복될 가능성이 있어 내년 하반기부터는 설비투자가 되살아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업종별로는 공급과잉으로 침체에 빠진 반도체.전기전자 등 정보기술(IT)산업의 투자 축소가 -21%에 달하는 반면 자동차.철강.조선.석유화학 등 전통 제조업은 7.3%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비제조업 가운데서는 정보통신업의 감소세(-10.1%)가 크고 특히 항공운수업은 미국 테러사건의 영향으로 설비투자를 37.8% 줄여 88년 이후 투자규모가 가장 작을 것으로 조사됐다.

투자 동기별로는 설비를 확충하는 데는 투자를 줄이는 대신 생산 자동화나 에너지 절약, 공해방지 등 내실을 다지는 쪽의 투자는 늘릴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위축의 원인으로는 '수요 부진'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으며 섬유.유화.기계 및 조선업 등 전통 제조업에서는 여전히 설비과잉이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그러나 투자 위축 속에서도 연구개발 투자가 크게 늘고 중견기업의 투자비중이 커지는 등 투자의 질은 나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산은은 이에 따라 첨단 IT산업이나 바이오산업 등 차세대 주도산업에 대한 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적극적인 금융.세제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올해 설비투자는 제조업이 IT산업의 투자 위축으로 지난해보다 12.7%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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