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에 바란다] 3기 독자위원회 11월 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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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중앙일보 제3기 독자위원회(위원장 金鼎基한양대 교수)는 지난 26일 본사 대회의실에서 본지의 11월 보도 내용과 편집 방향을 놓고 토론을 벌였다.

金위원장과 신종원(辛鍾元)서울YMCA 시민사회개발부장, 김주영(金柱永)변호사,조은경(曺恩慶)춤지 편집장,안재홍(安宰弘)프런티어 이노베이션 상무,이필상(李泌相)전 서울대 대학신문 편집장 등 독자위원들의 지적과 질문이 잇따랐다.

본지 이헌익 문화담당 에디터, 김영섭 여론매체부.이경철 문화부 부장과 최천식 사회부.김교준 정치부.이세정 경제부 차장, 유권하 국제부 기자가 답변했다.

▶안재홍=중앙경제연구소가 기획한 '위기의 재정'시리즈는 재정 상황을 정리해준 뜻깊은 기사였다. 특히 주요 인물을 설문조사해 전문가 시각을 보여주고,재정에 관한 불안감을 수치화한 점이 돋보였다.

▶조은경=이번 수학능력시험 관련 보도는 시험 문제가 지나치게 어려웠다고 비판하는 데 초점을 두었던 것 같다.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수능 난이도를 조정하는 데 실패한 것이 아니라 '이해찬 1세대'의 실력 저하에 있다. 변별력이 뛰어난 이번 수능 출제에 오히려 박수를 보내야 할 것이다.

▶신종원='널뛰기 수능.교실=실험실.이해찬 1세대'등 이번 수능 관련 보도는 선정적인 면에 치중했다. 시험을 망쳐서 울고 있는 학생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는 지상파 방송처럼 신문이 보도해서야 되겠는가. 대학의 선발 자율권을 어느 정도 보장해야 하는지 등 교육의 본질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김정기=그런 점에서 전북 세인고의 대안학습 사례(21일자)나 책 1백권을 졸업 전에 읽게 한 학교의 사례(23일자) 등의 보도는 매우 좋았다. 교원 정년.교육 재정 등 제도의 문제점을 다루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현장의 구체적 사례가 독자에겐 훨씬 호소력이 있다. 특히 세인고 기사를 과감히 1면 머리기사로 다룬 용기가 돋보였다.

▶안재홍=사이버 아파트 해킹문제를 1면 머리기사로 다룬 것도 신선했다.정치.경제 일색의 보도를 탈피한 새로운 시도였다. 하지만 그것이 1면 머리기사감인지는 잘 모르겠다. 선정 기준이 궁금하다.

▶조은경=요즘 신문들이 정치.경제 등 딱딱한 기사로만 채워지고 있다. 주부들도 관심을 갖고 읽을 수 있는 생활밀착형 기사를 늘려야 한다. 문화면의 전자 책 관련기사 등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독자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기사를 더 많이 개발해 줬으면 한다.

▶김정기=생활정보를 담고 있다고 반드시 생활밀착형 기사는 아니다. 예를 들어 17.24일자 수도권면 기사의 내용은 병원 주차료 문제 등 독자에게 유용한 정보였지만, 서울시가 발간한 책자나 보고서를 옮긴 것이어서 아쉬웠다. 기자가 발로 뛰어 생생한 사례를 소개했으면 좋겠다. 기자가 발굴한 기사야말로 독자에게 쉽게 다가설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필상=재.보선 선거 때 여러가지 의혹이 제기됐는데도 선거가 끝난 뒤 지면에서 추적보도를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서는 선거를 겨냥해 의혹을 부추겼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각종 의혹을 계속 추적하는 책임감 있는 자세로 신문의 신뢰도를 높여야 할 것이다.

▶김주영=13일자 30면에서 한국개발원(KDI)이 30대 그룹 지정제도를 없애는 등 공정거래제도를 시장경제에 맞게 뜯어 고치고 경쟁정책을 강화할 것을 권고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기사에서 인용한 KDI 보고서의 전문을 직접 봤더니 30대 그룹 지정제도를 아예 없애자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상호출자 규제의 경우 모든 기업집단에 확대,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또 새로운 재벌 규제수단을 제안하기도 했는데 기사는 규제완화 쪽에만 초점을 맞춘 것 같다.

▶신종원=시론 등 칼럼 가운데 수준 이하의 글이 있었다. 칼럼이 신문사의 의견은 아니다. 하지만 독자들은 거기에 신문사의 의도가 반영된다고 오해할 수 있다. 신문 이미지에 손상을 줄 수 있으니 중앙일보 내에서 필자 선정문제를 깊이있게 논의하면 좋겠다.

▶이필상=19일자 송복 교수 칼럼에선 '윤전기에 타격을 가하는 깡패방식의 언론운동'이 언급됐다. 하지만 '윤전기…'발언의 당사자인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가 이미 3일자 2면에 반론보도문을 냈다. 그런데도 이 발언을 다시 언급했다. 송교수에게 일차적 책임이 있기는 하나 그런 글을 걸러내지 않은 중앙일보에도 책임이 있다.

▶김정기=7월 14일자 취재일기에서 정당 대변인의 말을 '말말말'난에 싣지 않겠다고 약속했다.'상쾌한 작심(作心)'이라고 생각했는데 얼마전 부대변인의 말이 그 난에 실린 것을 봤다.어떻게 된 것인가. 또 독자투고란이 다른 신문에 비해 너무 작은 것 같다.

▶중앙일보=여러분의 지적에 감사드린다. 재정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우리나라가 중장기적 발전을 이룰 수 없다는 생각에 '위기의 재정'시리즈를 기획했다. 중앙경제연구소는 중앙일보 내부조직으로 경제전문가들과 취재기자 두 사람으로 구성돼 있다. 앞으로 다양한 경제 관련 기획기사를 보여줄 것이다.

'이해찬 1세대'의 학력이 떨어진 데다 이번 수능시험이 지난해에 비해 많이 어려워 큰 문제가 발생했다. 중앙일보는 재수생과 재학생의 입장 차이, 이해찬 1세대가 당혹스러워하는 모습 등에 초점을 맞췄다. 앞으로 수능의 바람직한 방향 등 교육의 본질에 대해 천착하겠다.

독자위원들이 요구한 발로 뛴 기사,딱딱하지 않은 기사는 중앙일보의 지향점이다. 피부에 와닿지 않는 정치.경제기사는 과감히 버리고 화제성 기사를 발굴하려 한다. 세인고 기사나 사이버 아파트 해킹 기사를 1면 머리기사로 내세운 것도 이런 취지에서다.

의혹을 계속 추적해 보도하는 데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기자에게는 계좌추적권 등 수사권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혐의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뒤에만 보도한다면 중요한 문제를 놓칠 수 있다. 신문 보도는 검찰 수사를 끌어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신문은 문제 제기를 하고 검찰 등 수사기관이 그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말말말'에 정당 대변인 발언을 싣지 않기로 한 방침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보고 내부 토론을 거쳐 얼마전부터 다시 취급하고 있다. 독자들에게 사전에 알려드리지 못한 점 사과드린다. 독자투고를 늘리고 필자를 적절히 선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리=구희령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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