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레포츠·트래킹 천국 '코타 키나발루' 각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7면

적도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옅은 구름을 밀어내면 그 사이로 키나발루산(4천1백1m)의 정상이 얼굴을 살짝 내비친다.

회색빛을 띤 채 매끄럽게 솟아 있는 암벽을 따라 흘러내리는 하얀 물줄기는 산 전체가 물로 무너져 내리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만든다.

애틋한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키나발루산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높으며 말레이시아 보르네오 섬 어디에서나 그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예부터 이곳 원주민에게 영산(靈山)으로 추앙받아 왔다.

남중국해와 자바해.셀레베스해로 둘러싸인 보르네오섬은 다양한 빛깔의 바다가 손짓하고 산호섬에는 무지개빛 열대어가 떠다닌다. 그리고 야자나무가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탄중아루 비치에선 수영복 차림의 관광객들이 선탠을 즐긴다.

키나발루산은 열대 우림 생태계를 엿볼 수 있는 거대한 박물관이다. 산아래의 숲 속에선 온갖 새가 노래를 하고 중산간 지역엔 참나무.무화과나무.야생란 등의 온대림이 있다. 고지대에는 침엽수와 고산식물이 숨을 쉰다.

꽃잎 한장이 2~3m나 되는 세계에서 가장 큰 꽃 래플레시아, 가장 작은 난초 니들헤드 오키드, 생강같은 열매가 맺히는 진저 트리, 곤충을 잡아먹는 꽃 미펜티스, 열매 속의 기름으로 불을 붙이는 캐럴진, 슬리퍼 모양의 로스차일드 슬리퍼 등 다양한 열대 식물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난종류는 1천5백여종을 헤아릴 정도로 많다.

낡은 버스가 완만한 산줄기를 따라 숨을 헐떡거리며 1천5백여m 고지까지 오른다. 이곳에서 4~5시간을 걸어 올라가면 라반레이터 산장(3천3백m)에 닿는다. 고소 증세를 예방하기 위해 산장에서 하루 밤을 묵어야 한다. 다음날 3~4시간의 발품을 팔다 보면 정상에 닿는다. 정상에서 맞이하는 일출은 이곳까지 오르면서 경험했던 고생을 보상하고도 남을 정도로 장엄하다.

사바주의 주도(州都)코타 키나발루에서 6㎞ 떨어진 곳에 탄중아루 비치가 있다. 남중국해로 넘어가는 일몰 장면은 이곳이 보르네오섬의 수많은 관광자원중 첫째로 꼽히는 이유를 알게 해준다.

태양이 수평선 너머로 떨어지면서 구름에 붉은 물감을 풀어놓은 듯 서쪽 하늘을 벌겋게 달군다. 시시각각 하늘이 변해가는 장면에 관광객들은 탄성을 쏟아낸다. 어둠이 내리면 수많은 별들이 하늘을 수를 놓는다.

트래킹과 선탠, 아름다운 일몰과 해양 레포츠를 즐길 수 있기에 말레이시아의 '숨은 진주'보루네오섬은 사시사철 세계 곳곳에서 찾아오는 관광객들로 붐빈다.

◇ 여행 쪽지

인천국제공항에서 코타 키나발루까지 말레이시아항공(02-777-7761)이 매주 1회(금요일) 직항편을 운항한다. 오전 11시30분 출발해 오후 5시 (현지시간 오후 4시)현지에 도착한다. 왕복 요금은 50만원(한달간 유효.제세금 제외)이며 가족단위(4~9인)관광객에게는 10%를 할인해 준다. 다음달 20일부터 한달간은 성수기 요금(58만원)을 받는다.

말레이시아 한국관광청(02-779-4422)홈페이지(http://www.mtpb.co.kr)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여행사 상품들이 있다.

보르네오=김주원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