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글로벌 IT] 임박한 ‘클라우드 컴퓨팅’ 시대 한국이 주도할 기회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5면

클라우드 시대를 얘기하려면 1900년대 미국 헨리 버든의 ‘대형 물레방아(Water Mil)’ 이야기를 떠올리면 좋다. 헨리 버든은 1851년 미국 뉴욕주 북부의 들판에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공업용 물레방아(수차)를 세웠다. 물이 낙하할 때 생기는 위치에너지로 전기를 만들어 남북전쟁 기간 연합군의 편자(말발굽형의 쇠붙이)와 전국 철도용 대못을 생산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 후 50년간 전성기를 누렸던 이 수차는 20세기 초부터 무성한 잡초 더미 속에서 녹슬어 갔다. 전력이 필요한 제조업자들이 더 이상 시골 수차에 의존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그들은 멀리 떨어진 발전소에서도 전력망을 통해 전기를 값싸게 공급받을 수 있었다. 이때부터 수차가 아닌, 전력 유통 유틸리티 시대가 됐다.

버든의 물레방아는 최근 IT 업계에서 일어나는 현상과 유사하다. 발전소(제품)가 아닌, 유틸리티(클라우드 인프라)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빌려 쓰는 IT’ 시대에 들어선 것이다. 여러 곳의 IT 자원을 하나처럼 묶어 쓰거나 멀리 떨어진 IT 자원을 내 옆에 있는 것처럼 쓸 수 있게 하는 첨단 컴퓨팅 기술이다. 물론 관건은 경제성이다.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는 대규모 IT 자원을 구축해 원가를 낮추고, 고객은 값싸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그동안 비용 부담으로 IT 자원을 도입할 수 없었던 중소업계가 처음 혜택을 보고, 국가 전체적으로도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

우리나라에선 특히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선진국보다 앞서 나갈 소지가 많다. 전국 곳곳에 거미줄처럼 연결된 초고속인터넷망 덕분이다. 하지만 ‘보안’이라는 복병을 해결해야 한다. 개인이나 기업의 민감한 자료가 물리적으로 자기 영역 안에 있어 직접 통제하던 사용자들이 정보 유출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제 세계 IT의 화두는 ‘무엇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쓸 것인가’로 급속히 옮겨 가고 있다. 인프라가 중요했던 시대에 정부가 초고속인터넷망 구축을 주도해 짧은 시간에 세계 최고의 IT 강국을 일군 것처럼 ‘IT 활용’이 중요한 세상에 민간과 정부가 힘을 합쳐 또 한번 ‘정보통신 혁신’을 이끌어 내길 기대해 본다.

강익춘 주니퍼네트웍스 대표 itk@juniper.ne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