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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의 대생 인수의혹 수사 '김승연 게이트' 터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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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002년 9월 한화그룹이 대한생명(대생) 인수자로 결정되기까지 경제계와 정치권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검찰이 한화의 대생 인수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에 나서면서 당시 상황과 인수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향후 검찰 수사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한화의 대생 인수 과정에 대해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들은 풀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 "대생 인수로 재계 5위로 급성장"=금융감독원은 1998년 최순영 당시 대생 회장의 공금 횡령사건이 불거지고, 이 회사의 부채가 자산보다 훨씬 많다는 실사 결과가 나오자 예금자 보호 차원에서 공개매각을 발표했다.

한화는 2차 입찰 마감날인 99년 6월 김승연 회장이 금감원을 직접 찾아 서류를 제출하며 대생 인수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세차례에 걸친 입찰이 자격미달 등으로 유찰되자 정부는 대생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하고 2001년까지 공적자금 3조5500억원을 지원했다.

한화는 2001년 12월 계열사와 일본 오릭스, 호주 맥쿼리 은행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재입찰에 나섰다. 결국 2002년 3월 경쟁자였던 미국 메트라이프가 대생 인수의사를 철회하면서 한화는 사실상 인수권을 따냈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그해 9월 한화 컨소시엄에 대생을 매각하기로 의결했다. 당시 만장일치제로 채택해온 공자위 의결 관례를 깨고 표결을 강행해 매각안을 통과시켰다. 대생을 인수함으로써 재계 자산규모 순위 16위였던 한화그룹은 5위로 뛰어올랐다.

◆ "정권 차원의 특혜 의혹"=한화가 대생을 인수할 만큼 건실한 그룹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한화는 1993년부터 2002년까지 10년간 흑자를 낸 적이 없었으며, 2001년에는 5808억원의 엄청난 적자를 기록해 자격 시비가 잇따랐다. 특히 8000억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내는 회사의 지분 51%를 불과 8000억여원에 인수해 헐값 매각 시비도 일었다.

당시 금감원 상임위원이었던 한나라당 이종구 의원은 "2001년도 8000억원의 당기 순이익을 내는 등 건실한 상태의 대생을 부채비율이 200%를 넘었던 한화가 인수한다면 누가 정상적이라고 볼 것이냐"고 지적했다.

공자위 산하 대생 매각심사소위원회 위원을 지낸 김주영 변호사는 "당시 소위 위원 4명 중 3명이 한화의 대생 인수에 반대해 2002년 6월 18일 공식 보고서를 올렸지만 공자위 전체회의에는 한화 인수의 가능성을 열어놓은 보고서가 상정됐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의 주장은 결국 한화 측이 정.관계를 상대로 로비를 벌였고, 정치적 차원에서 대생 인수가 결정됐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도 2002년 9월 국감에서 "김승연 회장이 청와대와 민주당 실세들에게 자사에 유리하게 공자위 회의를 매듭지어 달라는 협조를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에 따라 한화 측이 대생을 인수하기 위해 정치권과 경제계 인사들을 상대로 금품 로비를 벌였는지를 집중적으로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또 당시 공자위 산하 매각심사소위원회의 회의 자료 등을 근거로 실제로 정부 차원에서 한화에 유리한 자료를 작성하도록 압력이 있었는지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우선 대선자금 수사 과정에서 밝혀진 80억여원 중 용처가 드러나지 않은 20억여원과 최근 수사에서 새로 발견된 10억여원 등 총 30억여원의 최종 사용처를 단초로 해 수사를 확대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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