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바둑] 조훈현도 "중국으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7면

이창호9단의 중국행이 바둑계의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이9단의 스승인 조훈현9단도 중국리그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조9단은 중국리그 갑조의 선전(深□)팀에서 1년 동안 4판을 두고 1판당 대국료는 모든 경비를 제외한 순수익 1만달러로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저장(浙江)팀에 가기로 한 이창호9단과 똑같은 대우인데, 조9단의 이같은 결정은 '이창호 문제'로 고심하고 있는 한국기원(이사장 허동수)을 더욱 난처하게 만들 공산이 크다.

'이창호9단의 중국행'이 알려진 지난달, 한국기원은 임시 이사회를 열어 이창호9단의 중국행에 대해 '불가' 방침을 정한 바 있다.

한국기원은 "국보급 기사인 이창호9단이 중국에 가는 것은 한국 바둑의 체면과 관계 있으며 자칫 국내 바둑의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9단은 "닷새 동안 고민한 끝에 가겠다고 약속했다. 한국기원이 조금만 먼저 말했더라도 중국행을 고려하지 않았을텐데…"라며 "이미 한 약속이 중국에 크게 보도됐는데 그걸 파기한다면 신의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하고 있다.

이9단은 중국행을 결정할 때 한국기원이 반대하리란 예상은 전혀 하지 못했다고 한다. 연 초 유창혁9단과 서봉수9단 등 한국기사들이 중국리그에 용병으로 참여할 때 한국기원이 별다른 관심을 표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훈현9단도 "중국리그가 바둑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재미있는 구상이어서 나는 지난해부터 갈 마음이 있었고 이미 지상에 보도된 것도 여러 차례"라며 중국행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한국기원의 홍태선 사무총장은 "중국 저장성 팀에서 김대중 대통령 앞으로 이창호를 막지 말고 중국에 꼭 보내달라는 진정서까지 보냈다"며 현재는 룰이 없으니 내년엔 중국행을 허용하고 2003년부터 규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 바둑계를 뒤흔들고 있는 중국리그는 종반을 맞고 있는 가운데 목진석6단이 소속된 충칭(重慶)팀이 1위로 우승이 유력하고 루이나이웨이(芮乃偉)9단의 상하이(上海)팀이 2위, 유창혁9단의 윈난(雲南)팀이 3위를 각각 달리고 있다. 한국기사들을 끌어들인 팀은 성적도 좋고 인기도 있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저장팀과 선전팀은 올해 마이너리그 격인 '을조'에서 '갑조'로 승격한 팀이어서 전력강화와 홍보차원에서 이창호.조훈현 두 사제의 스카우트에 전력을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

박치문 전문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