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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토요일엔 두 차례 NLL 도발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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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군 당국은 천안함 사건 이후 처음으로 북한 경비정이 15일 밤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한 데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군 당국은 과거와 다른 북한 경비정의 NLL 침범 행태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첫째는 북한 함정의 적반하장(賊反荷杖)식 경고방송이다. 북한 경비정 1척은 이날 우리 해군이 국제상선통신망을 통해 “북한으로 퇴거하라”고 먼저 경고방송을 하자 “귀측(남측) 함정이 우리(북한) 해역에 침범했으니 즉시 이탈하라”고 대응방송을 했다. 북측 경비정의 방송 당시 우리 해군 고속정은 NLL 남쪽의 우리 해역에서 정상적인 경계활동을 펴고 있었다. 반면 북한 경비정은 당시 NLL을 향해 접근 중이었으며, 이후 NLL을 침범했다. 북한의 이런 경고방송은 전례가 없다는 것이 군 당국의 설명이다.

둘째는 북한 경비정이 야간에 NLL을 침범한 점이다. 오후 10시 이후는 북한 경비정의 활동이 뜸한 시간대다. 당시 연평도와 백령도 사이에는 300여 척의 중국 어선이 조업 중이었으나 북한 경비정이 침범한 연평도 부근 수역에는 10여 척밖에 없었다. 북한 경비정이 중국 어선을 단속하기 위해 NLL을 침범할 상황이 아닌 셈이다. 더구나 북한 어선은 북한 경비정이 침범한 위치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북한 경비정은 천안함 사건 이후 우리 측 해군의 대응태세를 파악하기 위해 고의로 NLL을 침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셋째는 북한이 이번의 NLL 침범 전에 “남한 함정이 NLL을 넘을 경우 무조건 쏘아라”는 지시를 내린 점이다. 이 지시는 북한 서해함대사령부와 4군단 등 모든 NLL 관할부대에 내려졌다는 것이 정부 당국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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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점에 미뤄 앞으로 서해에서 긴장의 파고가 높아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군 고위 관계자는 “천안함 사건으로 남북한 군 사이에 긴장도가 높고 서로 예민해져 있는 상태”라며 “북한군이 이 같은 상황을 악용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움직임은 서해를 분쟁수역화하면서 자신들이 일방적으로 선포한 서해 해상경계선을 굳혀 나가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적반하장식 경고방송은 추가 도발의 신호탄일 수도 있다.

북한은 1999년 9월 서해 5도보다 남쪽에 해상경계선을 선포한 뒤 이 경계선 이북 해역은 북한이 관할하는 바다라고 주장해 왔다. 북한의 주장대로라면 백령도와 대청도·연평도 등 서해 5도가 북한 수역에 들어간다. 북한은 해상경계선을 선포한 뒤 서해 5도를 다니는 남한의 어선과 상선은 북한이 정한 수로로만 통항할 수 있다고 했다. 서해 5도를 지키기 위해 경계활동 중인 해군의 고속정 활동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경고방송대로라면 서해에서 남북 해군 간 충돌이 다시 일어날 수 있다.

북한 함정의 NLL 침범은 시기적으로 주목된다. 경주에서 한·중·일 외교장관회담이 열린 날 침범했다. 이 회담에선 천안함 사건 문제가 논의됐다. 북한으로선 NLL 침범을 통해 서해가 분쟁수역임을 알리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 20일로 예정된 천안함 조사 결과 발표와도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군 합동조사에서 북한이 천안함을 침몰시킨 증거가 나올 경우에 대비했을 수 있다. 천안함 절단면 등에서 발견된 파편과 화약 성분 등 북한 소행을 입증하는 증거가 나오면 천안함 침몰 행위를 정당화할 수 있는 논리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천안함이 자신들의 해상경계선 안에서 활동했다는 주장을 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글=김민석 군사전문기자
그래픽=김주원 기자

◆북한군 4군단=사리원과 해주 등 북한 서부전선을 담당하는 군단이다.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우리 1사단과 마주하고 있으며, 해안선 방어 및 공격 임무도 맡고 있다. 이 군단이 보유하고 있는 다수의 장사정포(240㎜)와 해안포(130㎜)는 백령도와 연평도는 물론 수도권까지 사정권에 두고 있다. 지대지미사일도 운용 중이다. 예하에 군단 직할대와 4개의 사단, 특수부대인 경보병 2개 여단을 두고 있다. 전략적 중요성이 커 역대 군단장은 여춘석(상장·김일성군사종합대 총장) 등 김정일 국방위원장 측근이 맡아왔다. 총참모장을 지낸 김격식 대장이 지난해 초부터 군단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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