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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키우는 ‘아름다운 스폰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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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울산지역에서 활동하는 풍물예술단 버슴새가 지난해 울산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한 ‘흙의 소리2’에서 옹기 타악을 펼치고 있다. [경남은행 제공]

지난 2일 오전 울산 문수호반광장에서 열린 ‘경남은행울산본부 주최 여성백일장 및 유치원·초등생사생대회’. 풍물예술단 버슴새가 풍악을 울리며 식전행사를 시작하자 이곳저곳 흩어져 있던 4000여명의 참가자와 응원 나온 가족들이 밀물처럼 몰려들었다. 12개의 대형 북 장단에 신바람 나는 퓨전 농악춤이 어우러진 모둠북 공연이 20여분간 펼쳐지자 행사장 분위기가 일순 달아올랐다.

“기업체 행사에 공연비도 안받고 뭐가 신이 나서 분위기 메이커로 나섰느냐고요. 형편 어려운 줄 알고 찾아와 돈을 대주고, 가끔씩 술값 밥값도 대주는 스폰서거든요. 우리는 대가는 확실히 챙겨요.”

버슴새의 장재군(49) 단장은 자칫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건설업자 정모씨의 검찰 스폰서 사건’과 착각할 만한 자신들의 얘기를 서슴없이 했다. 버슴새가 경남은행에게서 지원(스폰스)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07년 8월 양측이 메세나(기업·개인의 문화예술 활동 지원)운동을 통해 만나면서부터. 경남은행은 버슴새가 지방 문화예술단체라는 한계로 공연비용 마련도 허덕거릴 만큼 재정형편이 어렵다는 걸 알고 매년 2000만~3000만원의 뒷돈을 대주고 있다. 공연 뒤풀이나 양측 관계자들이 만날 때 밥값 술값을 내주기도 한다.

버슴새도 대가 지불에 인색하지 않았다. 다음달 12일 울산문예회관 대공연장에서 여는 ‘흙의 소리 3’ 창작공연 등 공연 때마다 경남은행에 300~400장씩의 무료 초청권을 내놓는 것은 물론 행사장 곳곳에 플래카드 등을 걸어 경남은행을 홍보해주고 있다. 또 경남은행이 주최하는 행사 때마다 찾아가 분위기를 띄워주고 있다.

‘아름다운 스폰서’ 메세나 운동이 울산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다. 농협울산본부는 울산연극협회, 신아정기는 북구여성합창단, S-오일은 병영서낭치기보존회, 울산항만공사는 처용국악관현악단에 활동비를 지원하는 스폰서로 나서고 있다. 강동한의원(지원 대상; 울산사회문화원), 이강길 성형외과(한국CAC실용음악연합회), 서라벌골프연습장(울산동구향토사연구회) 등 개인이나 소규모 스폰서도 있다.

울산시도 기업·일반시민과 문화예술단체에 신상명세 자료를 배포하는 등 메세나운동의 짝짓기 중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시 예산을 헐어 기업이나 개인이 문화예술단체에 내놓는 지원금의 40%에 해당하는 금액을 매칭펀드 형식으로 보태주고, 기업의 경우 세금계산 때 손비 처리가 되도록 해주고 있다.

울산메세나운동추진위원회의 전충렬 위원장(울산시행정부시장)은 “2007년부터 지금까지 2년9개월만에 50커플이 탄생했다. 메세나 운동은 커플간의 윈윈뿐 아니라 일반시민에게 질높은 문화예술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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