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숲 매년 이산화탄소 4000만t 흡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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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세계에서 유래가 없을 정도로 단기간에 국토 녹화에 성공한 모범국가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숲은 매년 4000만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있습니다.”

캐나다 산림청의 버너 커즈(52·사진) 박사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이산화탄소량을 측정하는 전문가다. 이산화탄소 4000만t은 승용차 500만 대가 연간 뿜어내는 양과 맞먹는다. 커즈 박사는 최근 산림과학원이 주최한 기후변화 관련 세미나에 참석차 방한했다. 그는 “6·25전쟁 직후 한국의 산림축적은 1㏊에 6㎥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109㎥로 크게 늘었다”며 “그동안 늘어난 산림축적량은 13억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커즈 박사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에 소속된 과학자다. IPCC는 기상학자·해양학자·빙하 전문가·경제학자 등 3000여 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유엔산하 국제협의체이다.

그는 탄소량 계산 모델을 만들었다. 기후변화 협약 대상국들은 커즈 박사의 모델을 필수적으로 사용해 이산화탄소 감축분을 결정하고 있다. 2007년 IPCC가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과 함께 노벨평화상을 공동수상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커즈 박사는 “산림을 다른 용도로 개발할 경우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화석연료를 사용하면서 나오는 탄소량의 12%에 이른다”며 “산불과 병충해 예방은 탄소량 배출을 줄이는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장기에 있는 나무들이 탄소흡수율이 높은 만큼 나이 든 나무는 제거해 화석연료 대체제로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추위가 유난히 맹위를 떨치면서 지구가 온난화하고 있다는 데 의문을 품는 목소리가 크다는 지적에 대해 “기후변화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 하는데, 전체적으로 지구 온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지난 3월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더운 3월로 기록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인간이 배출한 탄소량의 절반 정도를 산림과 해양이 흡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반은 대기중에 남아 온난화현상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최근 브라질에서 진행중인 아마존 개발에 대해 그는 “산림을 개발해 수익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개발을 하지 않는 대가로서의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볼 만 하다”고 제안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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