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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 개항 8개월] 뜨는 곳 지는 곳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지난 3월 인천국제공항 개항 때 인천시민들은 지역발전과 개발을 머리 속에 그리며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이에 부응하듯 영종.용유도는 관광객들로 메워지고 부동산 시장도 들썩거리고 있다.

그러나 월미도는 손님이 줄어 울상이다. 상권과 관광.부동산 시장에서 희비가 교차하고 있는 것이다. 공항 개항 8개월을 맞은 주변지역의 빛과 그림자를 들여다봤다.

*** 상권

영종도와 용유도에는 주말의 경우 하루 5만여명이 몰려 수도권의 새로운 관광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깨끗한 백사장과 낙조로 유명한 용유도 을왕리해수욕장 주변에는 공항 개항 이후 횟집이 10여개 늘어나 모두 30여곳이 성업중이다.

이곳에서 순두부를 겸해 매운탕집을 경영하는 최철호(崔哲浩.48)씨는 "개업 10년 만에 최고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자랑했다. 이 일대 상당수 슈퍼나 음식점 주인들도 올해 崔씨와 마찬가지로 목돈을 거머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겨울철로 접어들었는 데도 지난해와 달리 공항 견학과 갯벌 체험을 즐기려는 관광객들이 꾸준히 찾아온다는 게 이곳 상인들의 설명이다.

이에 반해 월미도는 썰렁하기 그지없다.

주말인 지난 18일 오전 10시 인천시 중구 북성동 월미도 선착장. 영종도행 카페리를 타려는 인파와 승용차가 붐비던 올해 초와는 달리 한산하다. 배안에는 승객 60여명과 승용차 20여대가 고작이다. 그나마 육지에서 일을 보고 섬으로 돌아가는 주민들이 대부분이다.

해운업체들은 공항 개항과 공항고속도로 개통으로 월미도를 찾는 카페리 관광객들이 크게 줄어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용주해운은 지난해 말까지 하루 평균 1만5천명이던 승객수가 8천명 수준으로 50% 정도나 격감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날씨가 쌀쌀한 탓도 있으나 승객 감소 추세가 너무 심하다"며 한숨지었다.

관광객들이 줄다 보니 월미도 식당가에도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영업 부진으로 올들어 음식점 네곳이 문을 닫았으며 횟집 손님도 20~30% 감소했다. L횟집 주인 유승자(劉承子.57.여)씨는 "손님이 너무 없어 시내 아파트 밀집지역으로 가게를 옮길 작정"이라고 말했다.

*** 지자체

공항 개항 이후 인천시 남구 숭의동의 이산화질소 측정치가 월평균 0.040ppm에서 0.043ppm으로 높아졌다.오존 농도는 청정지역인 강화군 송해면에서조차 월 평균 0.033ppm에서 0.036ppm으로 올라갔다.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미세먼지도 남동구 구월동이 월 평균 46ug/㎥에서 55ug/㎥로 증가했다.

인천시는 대기오염 악화가 전적으로 공항 탓이라는 과학적인 분석은 없지만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공항 개항으로 인천지역의 연간 아황산가스는 94㎏, 일산화탄소는 6천9백t, 휘발성유기화합물질은 3천3백t가량이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더욱이 시는 공항에서 발생하는 질소산화물과 휘발성 유기화합물질이 안개 등으로 인해 소멸되지 않고 햇빛 등 다른 물질과 결합할 경우 오존 농도는 더 높아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시는 대기오염 방지를 위해 내년에 1백25억원의 예산을 긴급 편성했다.

이러한 골칫거리 한편으로 인천 중구는 늘어난 구세(區稅)수입을 어떻게 써야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다. 구는 먼저 공항 종업원이 4만명에 달하는 만큼 올해에만 사업소세로 10억원 이상을 거둬들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구는 특히 청사와 부지가 모두 건설교통부 소유여서 재산세(건물)와 종합토지세를 부과하지 못했던 김포공항과는 달리 인천국제공항은 공사 소유여서 지난 6월과 10월 각각 재산세와 종토세를 부과했다. 구는 지난 6월 재산세로 17억여원을 거둬들였으며 연말까지 종토세 11억여원을 추가로 징수하게 된다. 구 관계자는 "공항 개항으로 순수하게 38억원 정도의 추가 세수입이 예상된다"며 "지난해 구세가 1백19억여원인 점을 감안하면 올해 구세만 40% 정도 늘어나는 셈"이라고 흐뭇해했다.

*** 주민생활

요즘 영종도의 땅부자로 알려진 A씨(61)는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다고 한다.공항 개항으로 집앞 땅(논.밭) 값이 두배 정도 올라 앉아서 수십억원대 재산가가 됐기 때문이다.

A씨는 전반적인 부동산경기 침체로 당장 현금화할 수는 없어도 마음만은 뿌듯하다고 했다.

이처럼 영종도 주민들은 올들어 오름세를 유지하는 땅값 덕분에 흐뭇한 표정이다. 현지 주민뿐 아니라 공항 신도시에 땅이나 아파트를 구입한 외지인들도 한몫 톡톡히 챙겼다. 목 좋은 주거지는 개항 전보다 3배나 폭등해 평당 1백20만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아파트는 이미 상한가다. 공항 직원을 상대로 분양했던 K아파트에는 2천만~2천5백만원의 프리미엄이 붙어 있다.

하지만 아직 영종도에 대한 세부적인 도시계획안이 수립되지 않아 곳곳에서 마구잡이 개발이 빚어지고 있다. 섬 대부분이 자연녹지로 묶여 있어 건물 신.증축에 제한을 받고 있는데도 가건물이나 컨테이너 박스 등 무허가 건물이 4백여동이나 들어섰다.

공항 활주로에서 북측으로 이륙하는 항공기들이 장봉도 전체와 모도 일부 상공 왼쪽으로 선회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항공기 소음도 주민들의 불만거리다. 평생 조용한 섬에서 살다 보니 도시인과 달리 항공기 이.착륙 소리가 더 귀에 거슬린다는 것이다.

글=정영진,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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