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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 폭발은 왜 생길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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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태양은 우리에게 항상 일정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고마운 존재인 것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그렇게 얌전한 것만은 아니다. 망원경으로 보면 태양의 표면에는 흑점이라는 검은 반점들이 있다. 반점이라지만 사실은 작은 것도 지구만하고 큰 것은 지구의 10배 정도나 되는데, 문제는 이 흑점들에 의해 태양이 끊임없이 폭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타났다 사라지는 이 흑점의 존재를 서양에서는 갈릴레이가 망원경으로 태양을 보고난 뒤에야 처음 알았지만, 동양에서는 그보다 훨씬 전부터 맨눈으로 그 존재를 알고 있었다. 해는 지기 전이나 뜨고 난 직후에는 맨눈으로 봐도 눈이 많이 부시진 않은데 이때 그 존재를 확인했을 것이다. 그래서 태양엔 까마귀가 있다고 했는데 바로 흑점을 말한다.

흑점이 검게 보이는 이유는 주변보다 온도가 낮아 빛을 적게 방출하기 때문이다. 온도가 낮은 이유는 흑점이 강한 자성을 지니고 있고, 그 자성이 태양 내부의 뜨거운 물질이 위로 올라오는 것을 막기 때문이다. 문제는 자성을 지닌 것들이 태양 표면 밖에서 서로 꼬이면 엄청난 에너지를 방출하면서 태양 폭발의 원인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마치 서로 다른 거대한 두 공기 덩어리가 부딪쳐 번개를 만드는 것처럼.

태양 폭발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플레어란 것인데, 흑점의 강한 자성들이 서로 꼬여 에너지로 분출되면서 고에너지의 방사선을 방출하는 현상이다. 이들은 빛의 속도로 달려와 지구와 부딪친다. 다행히 지구의 상층에는 이들을 막아줄 보호막이 있긴 하다. 그러나 지나치게 많은 양이 지구에 부딪치면 보호막은 한계를 지니고, 그래서 알게 모르게 인명에 피해를 준다.

태양 폭발의 또 다른 하나는 코로나 물질 방출이다. 사실 이게 지구에 더 큰 피해를 가져다준다. 코로나란 태양 주위를 둘러싼, 온도가 섭씨 100만도 이상 되는 뜨거운 입자들로 전기를 띠고 있다. 이들은 흑점 때문에 생성된 엄청난 에너지로 인해 태양 밖으로 분출되는데, 때론 그 양이 수십억t이나 되며, 시속 수백만㎞로 지구와 부딪쳐 수조W의 전기를 지구 주위에 쏟아부어 지구에 엄청난 충격을 준다.

1989년 캐나다 송전시설의 부분 파괴, 일본 위성의 부분 파괴, 미 항공우주국(NASA) 위성의 궤도 이탈, 1991년 미국 핵발전소 변압기 파손, 1997년 미국 AT&T사의 방송위성 기능 상실, 2000년 일본 아스카 위성의 수명 단축과 아케보노 위성의 전자장비 고장, 2003년 미국의 화성탐사선 오디세이의 방사선 측정 장비 고장과 일본의 화성 탐사선인 노조미의 장애현상 등을 비롯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피해가 태양 폭발 때문에 발생했다.

태양 폭발은 지구에 엄청난 피해를 주기도 하지만 남극이나 북극 지방 주변에서는 멋진 야경을 만들기도 한다. 오로라가 바로 그것이다. 오로라는 전기를 띤 입자들이 환상적인 빛을 방출해 만들어진다. 그래서 전기를 띤 코로나 물질이 지구에 많이 와 부딪칠수록 당연히 더 황홀한 장관을 연출한다. 물론 피해도 많이 발생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도 우주 공간에 여러 개의 인공위성을 쏘아올렸으며, 앞으로 더 많은 우리나라 위성들이 우주 공간을 배회할 것이다. 그만큼 태양 폭발에 의한 피해도 각오해야 한다는 것이다.

태양 폭발에 의한 피해를 완전히 차단할 수는 없으며, 따라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만이 최선이다. 이를 위해서는 빠르고 정확한 예보가 필수적이며 폭발한 태양 물질이 지구에 충격을 줄 때 위성의 모든 작동을 멈추는 것은 물론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자세를 제어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천문연구원은 과학기술부의 지원 아래 상시 태양 관측망 구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김봉규 한국천문연구원 천문정보연구그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