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대이은 총리' 탄생 가시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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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싱가포르에서 대를 이은 총리 탄생이 가시화하고 있다.

리콴유(李光耀.78)전 총리의 장남인 리셴룽(李顯龍.사진.49)부총리는 지난 17일 단행된 내각개편에서 재무장관에 임명됐다. 李부총리는 이미 금융청장(중앙은행 총재격)을 맡고 있어 이번 일로 경제정책에 관한 사실상 전권을 쥐게 됐다. 그는 공개적으로 말을 하진 않았지만 차기 총리에 취임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현 고촉통(吳作東.60)총리는 차기 총선이 치러지는 2007년 이전에 사퇴하고 새로운 세대에 권력을 물려줄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吳총리는 1990년 李전총리에게서 총리직을 넘겨 받았으며, 李전총리는 선임장관으로 물러앉았다.

이번 개각에서 두명의 40대 정치인이 입각한 것은 이런 후계구도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컴퓨터 전문가 출신인 림 스위 세이(46)는 환경장관에, 엔지니어 출신인 데이비드 림(46)은 정보통신장관에 각각 임명됐다. 반면 85년 이후 줄곧 재무장관으로 일해온 리처드 후(75)는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지난 3일 총선에서 집권 인민행동당(PAP)이 전체 84석 중 82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차지한 것도 李부총리가 정치적으로 큰 잡음 없이 총리직을 이어받기 위한 든든한 배경이 되고 있다. 다만 경제성장률이 3분기에 -5.6%를 기록하는 등 65년 독립 이후 최악인 경기침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李부총리에게 주어진 중대한 과제다.

육군 장성 출신인 李부총리는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으며,국방장관.상무장관 등 요직을 거치며 후계자 수업을 착실히 받아왔다.

주정완 기자,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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