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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 동아시아 신화 속 상상동물 34종…수염 달린 남자 인어도 있네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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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달에서 방아 찧는 토끼, 왕의 상징이었던 봉황과 용, 서울의 상징으로 재조명되고 있는 해태 등 수천 년을 이어온, 그러나 속속들이 알지는 못하는 상상의 동물들이 있다. 윤열수 가회민화박물관장이 쓴 『신화 속 상상동물 열전』(한국문화재보호재단 발행)은 문헌과 유물에서 나타난 상상의 동물 34종을 기록한 책이다.

책은 하늘·땅·물의 세 분야로 나뉜다. 하늘에는 봉황·주작·금계(황금 닭)·토끼·비익조·파랑새·선학·삼족오·삼두일족응·가릉빈가·잡상·뇌공신·앵무를 배치했다. 날개 달린 짐승들, 지붕 위의 수호신인 잡상(추녀마루 위에 장식하는 작은 짐승)처럼 조상들의 상상 속에서 하늘에 자리하던 것들이다. 땅에는 백호·해태·사자·불가사리·기린·말·백록·천구·소·박·흰 코끼리·도깨비·오두귀신이 있다.

불가사리는 바다에 사는 동물이 아니다. 중국의 『산해경』에서 ‘곰과 비슷하나 털은 짧고 광택이 나며 뱀과 동철을 먹는다. 사자머리에 코끼리 코, 소의 고리를 가졌으며 흑백으로 얼룩졌다’고 설명한 상상의 동물이다. 경복궁 자경전 담장 굴뚝에 불가사리 부조가 새겨져 있는데, 굴뚝을 통해 사악한 것들이 침입하는 걸 막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물에는 용·현무·신구·경어·목어·하동·인어·두꺼비가 있다. 신구는 용의 얼굴을 한 거북, 경어는 고래, 하동은 원숭이를 닮았지만 피부는 비늘과 거북 껍질로 덮여 있는 상상의 동물이다. 현대인들은 서양의 인어만 알고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수염 달린 남자의 형상을 한 인어가 은해사 백홍암 극락전 수미단에 나타나있다.

책은 이런 상상의 동물이 유물 속에서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선조들의 의식 체계 속에서 어떻게 자리했는지를 알려준다. 잊혀진 채 버려두기엔 너무나 아까운 자산이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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