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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는 Thnk you 밖에 몰랐어요" 항공기 남자승무원 최경순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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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고 날씬한 외모, 화려한 의상, 유창한 외국어 실력...'하늘의 꽃' 스튜어디스는 모든 여성들이 선망하는 직업이다. 그렇다면 남성 승무원인 스튜어드는? 마치 남자간호사 처럼 쉽게 연상되지 않기도 하지만 분명 남성 승무원들도 있다. 대한한공의 경우 여성 승무원이 4500여명(2008년 기준)인데 비해 남성 승무원은 400여명에 불과하다. 아시아나항공도 여성이 3000여명에 달하지만 남성 승무원은 200여명 정도다.

올해로 입사 6년차인 아랍에미레이트항공(EK) 승무원 최경순(37)씨를 통해 스튜어드들의 세계를 들여다 보자. 아랍에미레이트항공은 국외항공사 중 가장 많은 한국인 승무원이 근무하고 있는 회사다. 두바이에 본부가 있으며 전세계 150여국의 1만여 명의 승무원이 근무중이다. 이중 700여명이 한국인이며 그중에 남성승무원은 40여명 정도가 있다.

강원도 강릉이 고향인 그는 승무원이 되기 전에는 한 번도 비행기를 타본적이 없는 '촌놈'이었다.
“어린 시절 강릉비행장 주변에서 비행기를 본 게 다였어요. 큰 덩치가 하늘로 떠서 날아다닌다는게 너무 신기했어요.”

그랬던 최씨가 비행기와 인연을 맺은 것은 우연히 취업박람회를 통해서였다. 수도권 대학에서 전자공학과를 다니던 그가 취업박람회에서 항공사 승무원 부스에 우연히 들린 것이다. 그러나 “유창한 영어실력, 훤칠한 키, 매너가 좋고, 샤프하면서, 다정다감한 성격의 소유자... 전형적인 승무원의 이미지 있잖아요. 저는 해당되는 분야가 하나도 없어 내가 선택할 직업은 아니구나 라고 생각했어요. 전공도 전자공학이라서 대기업 취직이 목표였지요.”라고 말했다. 다만 일을 하면서 전 세계를 여행하고 다양한 문화를 구경한다는 점에서 솔깃해 보였다고 한다.

그래서 였을까 전자제품을 만드는 중소기업에 취업했으나 승무원에 자꾸 눈길이 끌렸고 결국 그는 취업 3개월만에 사직서를 쓰고 말았다.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았어요."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한 최씨의 노력은 남들보다 몇배 더 열심이었다. 영어인터뷰 준비, 그룹스터디, 자세교정 등등..결국 그는 지난 2005년 원하던 승무원의 꿈을 이룰 수 있었다.

◆한달 평균 90시간 비행 ' 체력 유지 중요'

"숙소가 제공되고 돈 쓸 일이 별로 없어요. 덕분에 짧은 기간에 적지 않은 돈을 저축할 수 있었어요. 회사 분위기도 자유롭고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동료들과 어울리며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게 좋아요.”
아랍에미레이트항공은 두바이 시내에 승무원 2명당 165㎡(약 50평) 크기의 아파트를 숙소로 제공한다. 물값 등 숙소의 부대비용도 항공사가 부담한다.

문제는 체력. 고공에서 일하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보다 몇갑절 더 피곤하다고 한다. 한 달 평균 80~90시간 비행에다 시차까지 겪어야 하니 체력이 중요하다. 최씨는 골프, 조깅, 헬스 등으로 체력을 관리한다고 했다.

"장거리 비행의 경우 10시간 이상 서서 버텨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무거운 짐도 들어야 해요. 시차적응, 극도로 건조한 기내습도, 귀가 울릴 정도의 소음 등 건강을 해치는 요소가 많기 때문에 강인한 체력은 필수죠. 학교다닐 때는 밤샘도 문제 없을 정도로 체력에 자신있었는데 승무원 일을 한지 2년 정도 지나면서부터 급격히 지치더라구요. 그래서 보약까지 챙겨먹고 있어요.”(웃음) 그는 지금까지 20개국 66개 도시를 다녔다고 한다.

◆스튜어디스와 하는 일 큰 차이 없어

“남성 승무원이라고 해서 여성 승무원에 비해 크게 다른 일을 하지는 않습니다. 일반인들이 생각하기에 승무원은 음료나 음식을 날라주는 허드렛일이나 담당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국제 매너와 항공 서비스에 대한 전문지식, 항공법상의 규정을 잘 알아야 하고, 비상시 신속하고 안전하게 승객을 탈출시켜야 해요. 물론 외국어도 능숙해야 하며 기내식이나 와인·영화·음악 등에 대한 지식도 필요합니다."

◆아찔한 순간 많아...술 취한 승객 포박하기도

최씨는 비행중에 아찔한 순간을 많이 목격하고 또 직접 경험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한번은 술에 취한 승객이 기내에서 시끄럽게 행동해 경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행동이 더욱 난폭해 져서 결국 강제로 포박했죠. 당시 그 승객이 덩치가 컸기 때문에 제압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럴 때는 여자 승무원만 기내에 있기보다는 훨씬 좋겠죠."
최씨는 최근에 국제적으로 잇단 비행기 사고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은 사례가 보도됐지만 비행기가 안전한 교통수단이라고 강조했다. “항공기 사고가 한 번 발생하면 대형사고로 나타나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되지만, 확률적으로 보면 지극히 낮을뿐만 아니라 항공기야 말로 첨단 과학으로 똘똘 뭉쳐 가장 안전한 교통수단이니 안심하셔도 된다”라고 강조했다.

◆승무원의 자질은...

승무원의 자질이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최씨는 주저없이 서비스 마인드, 상대방과 소통할 줄 아는 능력, 배려심을 꼽았다. “승무원이 미소만 짓고 있다고 다가 아니죠. 특히 좁은 공간에서 불안해 하는 승객들을 편하게 해주는 능력, 배려심이 승무원의 최고의 덕목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겉으로 친절을 연기하다가 오래가지 않아 퇴사하는 동료들을 많이 봤다며 책임감도 필요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명지대 안동훈 대학생기자

[*이 기사는 명지대 디지털미디어학과와의 산학협력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특정 내용이 조인스닷컴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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