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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러시아 "핵 3분의2 감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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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워싱턴=김진 특파원]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3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냉전 청산'을 공식선언하고 핵무기를 각기 3분의 2 정도씩 감축하기로 했다.

두 정상은 거국정부 구성 등 카불 함락 이후의 아프가니스탄 대책에 있어서도 대체적인 의견일치를 보였으나 중요 쟁점인 탄도탄요격미사일(ABM) 협정 개정에 관해서는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오찬을 겸해 세시간 가량 진행된 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은 미국은 일방적으로 향후 10년간 핵무기를 1천7백~2천2백기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통보했다.미국의 핵무기는 계산 방식에 따라 6천~7천기로 집계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에선 동의한다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나 이날 저녁 주미 러시아 대사관에서 행한 연설에서 "러시아는 상당한 핵감축을 실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선언했다. 푸틴 대통령은 감축 목표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그동안 러시아가 미측에 1천5백기 정도로 줄이자고 요구해온 점에 비춰 아마 이 수준일 것으로 미 언론은 보고 있다. 현재 러시아가 보유한 핵무기는 약 5천8백기다.

부시 대통령은 회담에서 러시아를 "적이 아닌 동반자이자 우방"으로 표현하며 신(新)협력 시대의 개막을 선언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냉전시대의 구각을 종국적으로 탈피키로 했다"고 화답했다. 부시 대통령은 미.러간 교역을 제한했던 냉전시대 법률을 철폐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푸틴 대통령은 양국의 최대 현안인 ABM 협정 문제에 대해 "러시아의 입장은 변한 게 없다"고 말하면서도 "(14~15일) 텍사스 크로퍼드 목장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재론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1972년 체결된 ABM 협정은 부시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미사일방어(MD)체제와 같은 요격 미사일 개발을 금지하고 있다. 미국은 MD 추진에 러시아가 동의하지 않으면 이 협정에서 탈퇴하겠다는 입장이다.

부시 대통령은 카불에 입성한 북부동맹에 대해 탈레반 정권으로부터 탈환한 지역의 주민 인권을 존중하고 모든 종족 대표가 참여하는 거국정부가 구성될 수 있는 길을 열라고 촉구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입장에서는 아프가니스탄의 평화와 질서 회복이 급선무"라고 강조하고 "앞으로 아프가니스탄에서 국제적 안정을 위협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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