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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서양화가 김택상'시간의 빛깔' 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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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4면

서양화가 김택상(43.청주대 미술학부 부교수)씨는 8년 전에 붓을 버렸다.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화산 분화구를 담은 내셔널 지오그래픽 비디오를 본 다음부터다. 분화구 호수의 물빛은 형언할 수 없는 신비로움을 담고 있었고 붓으로는 그것을 표현할 수 없다는 깨달음이 왔던 것.

그때부터 그는 물감을 푼 물에 캔버스를 담근 뒤 안료가 침전된 형상으로 색채를 표현하는 작업을 해왔다. 색채의 산파역이라고 할까.

15일~12월 13일 서울 청담동 카이스갤러리에서 열리는'시간의 빛깔'전은 최근 1년여의 작품 1백30여점을 보여준다. 맑고 투명한 색채들이 조금씩 배어들고 번져나간 형상은 명상적이며 감각적인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추상화를 이루고 있다.

"내 그림은 물이 그린다. 나는 그 환경을 조성할 뿐"이라고 작가는 말한다.작업방식을 들으면 이해가 간다. 먼저 물을 담을 사각틀(일종의 물그릇)을 만든 뒤 그 위에 캔버스 천을 씌운다. 아크릴 물감을 엷게 희석한 물을 틀 속에 붓는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에 물을 빼고 캔버스 천을 말리면 침전된 안료가 미묘한 색상을 드러낸다. 이 과정을 50~60차례 되풀이 한 뒤에 한 작품이 완성된다.

그는 "작업이란 나와 세상이 만나 빚어내는 창조적 긴장의 형태라고 생각한다. 내 그림은 내 삶의 방식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말한다. 색깔엔 변화가 생겼다.

작가는 "초기에는 물이나 나뭇잎을 나타내는 파란 색을,그후에는 노란 국화를 연상시키는 색을,요즘은 저녁놀을 연상시키는 붉은 색조를 많이 쓴다"고 했다.02-511-0668.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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