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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추억] 박인천 금호아시아나 창업회장 부인 이순정 여사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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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고(故) 박인천 금호아시아나그룹 창업 회장의 부인인 이순정(李順貞·사진) 여사가 12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100세.

이 여사는 1910년 전남 영광에서 1남4녀 중 둘째딸로 태어나 29년 박 회장과 결혼했다. 슬하에 장남 성용(그룹 2대 회장, 2005년 별세), 차남 정구(그룹 3대 회장, 2002년 별세), 3남 삼구(그룹 명예회장), 4남 찬구(금호석유화학 회장), 5남 종구(아주대 총장직무대행), 장녀 경애(배영환 삼화고속 회장 부인), 차녀 강자(금호미술관장), 3녀 현주(대상홀딩스 부회장)씨 등 5남3녀를 뒀다.

고인은 효와 가족의 화목을 바탕으로 자녀를 국가와 사회에 봉사하는 훌륭한 기업인과 학자로 키웠다.

그룹의 모체인 광주고속(현 금호산업 고속사업부)을 키워나갈 당시 고인이 회사 직원들의 식사를 직접 챙기며 내조를 한 일화는 널리 알려져 있다. 고 박인천 회장은 생전에 이 여사에 대해 항상 감사했으며 자녀들에게도 부인의 공을 치하하곤 했다.

“너희 어머니가 정말 고생이 많다. 한끼에 스무 명, 서른 명이 먹을 밥을 하는 게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눈에 안 띄게 나를 뒷바라지하느라고 갖은 애를 다 썼다. 오늘날 회사가 이만큼 커진 것은 너희 어머니 공이 반이다. 너희들은 그걸 절대로 잊어버리면 안 된다.”

이 여사는 봉사와 희생을 몸소 실천하며 한평생을 살았다.

62년부터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지부에서 봉사활동을 해왔으며 62~84년 한국부인회 광주·전남지부 이사장을 맡아 불우시설을 돌보고, 모자가정 및 소년·소녀 가장 돕기에 앞장섰다. 87년 선행화장학회, 97년 장애인장학회, 2005년 어머니장학회를 설립해 해마다 1억여원의 학비를 지원했다.

83년 한국부인회관 건립을 주도하고, 98년 광주여성단체협의회를 지원하는 등 여성단체 육성에도 힘썼다.

이같은 고인의 헌신적 삶과 투철한 봉사 정신은 대외적으로도 인정을 받아 91년 대한적십자사 봉사장 은장, 97년 무등여성대상, 2002년 대한적십자사 박애장 금장, 2006년 충효예실천운동 광주시연합회 ‘빛고을 인륜대상’ 등을 받았다.

빈소는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이며 발인은 15일 오전 6시다. 노제는 광주광역시 금남로 금호기념관에서 열리며 장지는 광주광역시 죽호학원 내 가족묘원.

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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