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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 친구, 옛 동지 … 선거 앞에선 우정도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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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6.2지방선거 선거는 우정도 갈라놓는다. 45년 친구, 고교 선후배, 과거의 동지가 6·2 지방선거에서 라이벌이 돼 양보 없는 일전을 벌인다.

충남지사 선거에 출마하는 자유선진당 박상돈 전 의원과 한나라당 박해춘 전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은 대전고 동기동창(1965년 입학)이다. 최근까지도 1년에 대여섯 번은 부부동반 등으로 만나던 사이다. 올 1월 선진당이 충남지사 선거에 현역 의원보다는 외부 인사를 영입해 공천하기로 했을 때 박 전 의원은 박 전 이사장에게 출마해 보라고 권유한 일도 있다. 그런 박 전 의원을 선진당은 충남지사 후보로 공천했다. 대신 한나라당은 박 전 이사장을 영입해 충남으로 내보냈다. 박 전 의원은 “서로 후보로 확정된 뒤 전화를 걸어 ‘잘해보자’고 했다. 인신공격은 하지 않겠지만 몸담은 정당이 다르니 정책 비판은 활발하게 하려 한다”며 “우정은 우정이고 경쟁은 경쟁”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운태·이용섭 의원은 고교 선후배 사이지만 광주시장 후보 경선을 계기로 관계가 불편해졌다. 두 사람은 전남 함평의 학다리고 동문이다. 2008년엔 이 학교 기숙사 기공식에 둘이 나란히 참석했고, 평소에도 가깝게 지내던 사이였다. 두 사람은 경선에서 치열하게 싸웠고, 강 전 의원이 박빙의 차이로 승리했다. 하지만 이 의원 측은 불공정 의혹을 제기하며 재심을 요구했다. 중앙당은 재심 끝에 강 전 의원 손을 들어줬다. 당의 한 중진 의원은 “두 사람은 ‘정·관계에 우리 학교 출신은 적다’며 서로를 챙겼는데 경선 때문에 멀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강 전 의원 측은 공천이 확정된 뒤 이 의원에게 선대위원장을 제의했으나 제안이 성사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한나라당 김문수 경기지사와 심상정 진보신당 전 대표는 서울대 선후배로 노동운동을 함께 한 사이다. 심 전 대표는 85년 ‘서울노동운동연합(서노련)’ 결성에 참여하면서 김 지사를 만났다. 86년 시위 주동자로 검거된 김 지사는 보안사에서 전기고문을 받으면서도 심 전 대표의 행방을 대지 않았다고 한다. 심 전 대표는 김 지사의 소개로 지금의 남편도 만났다. 하지만 서로 다른 당을 택하면서 두 사람은 경기지사직을 놓고 싸우게 됐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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