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럽 위기 이렇게 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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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낙관론
‘헤지 펀드의 전설’ 존 폴슨
“전체 시장 붕괴되진 않을 것 … 미국·유럽 주식 싸게 살 기회”

위기는 곧 기회다. 헤지 펀드 투자자들에겐 특히 그렇다. 위험이 클수록 큰돈 벌 기회가 많다. 한 번 거는 돈도 크다. 그래서 시장은 이들을 주시한다. 이들이 유럽의 줄도산에 베팅하느냐, 안정 쪽에 베팅하느냐에 따라 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 다행히 헤지 펀드의 전설로 통하는 존 폴슨(사진) 폴슨앤코 회장은 유럽 경제의 안정에 무게를 실었다. 미국의 금융 사이트 마켓워치에 따르면 그는 10일(현지시간) 투자자들에게 “7500억 유로의 안정기금을 마련하는 과정을 보면 위기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다”며 “현재의 위기가 전체 시장의 붕괴를 유발할 정도로 위협적이진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스페인은 그리스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리스 다음으로 국가 부도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스페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55%)은 그리스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는 “남유럽 재정위기는 매력적인 투자 기회”라고 주장했다. 그는 “경기 회복을 앞두고 시장 조정이 이뤄지고 있는 지금이 오히려 미국과 유럽의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그 예로 프랑스 르노의 주가를 들었다. 그는 “르노 주식이 실제 가치보다 절반 수준으로 낮게 평가돼 있다”며 “지금은 이런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때”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남유럽 경제위기가 유럽의 경쟁력을 오히려 강화할 수 있는 기회라고 내다봤다. 그는 “기업 구조조정이 새로운 투자 기회”라며 “유로화의 약세도 유럽의 수출 경쟁력을 강화시켜 줄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미국의 경제 회복이 버팀목 역할을 해 줄 것이란 관측도 보탰다. 그는 “미국 경제가 V자형 회복을 보일 것”이라며 “지금은 50년 만에 주택을 구입할 최적기”라고 전망했다.

이는 종전의 시각과는 상당히 달라진 것이다. 그는 올 초 유럽 재정위기가 확산할 것으로 내다보고 3년짜리 금헤지 펀드를 조성하기도 했다.

한편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낙관론에 힘을 보탰다. 그는 이날 바젤에서 열린 국제결제은행(BIS) 회의에 참석해 “세계경제 회복세가 예상을 초과하는 데다 그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며 “유로존 역시 회생할 수 있는 긍정적인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비관론
마렉 벨카 IMF 유럽대표
“7500억 유로는 모르핀일 뿐 실질적 치유책은 마련 안 돼”

최대한 강한 처방을 내리긴 했는데 효과는 알 수 없다. 유럽 재정위기에 대해 처방을 내린 쪽의 반응이다. 그래서 시장도 불안감을 완전히 지우진 못하고 있다. 마렉 벨카(사진) 국제통화기금(IMF) 유럽 대표는 10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해 유럽 안정기금을 ‘모르핀 주사’에 비유했다. 국제통화기금(MF)과 유로존이 7500억 유로 규모의 안정기금을 마련한 것은 잠깐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마약 처방과 같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조치로 세계 금융시장이 다소 안정되는 효과를 봤다”며 “그러나 이것은 장기적인 해결책이 아닌, 환자에게 주는 일종의 모르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언제든 위기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는 “유럽 경제에 대한 실질적인 치유책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긴급 처방에 대한 역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이사회 멤버인 독일 중앙은행(분데스방크)의 악셀 베버 총재는 10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유럽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유럽의 국채를 매입하는 방식은 유로화의 안정성에 심각한 위협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연합(EU)이 9일 합의한 대책에는 ECB와 유럽 중앙은행들이 부도 위기에 처한 유럽 국가들의 국채를 사주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구체적인 매입 규모나 한도는 공개되지 않았다.

베버 총재는 이에 대해 “국채 매입은 통화 안정을 위한 비상조치”라며 “ECB 본연의 통화정책 기조가 훼손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국채를 사주는 것은 돈을 찍어주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위기 때마다 남발하다간 전 유럽 경제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중국에선 EU의 공동 구제금융 지원이 중국 경제에 ‘악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차이나 데일리가 11일 보도했다. 위융딩(余永定) 중국 사회과학원 세계경제정치연구소장은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구제금융을 받게 될 국가들의 경우 우선 구제금융 상환에 집중해야 하는 탓에 경제성장이 지체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EU 시장에 큰 비중을 두는 중국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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