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정동영 최고 인터뷰] "당· 최고위원은 들러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민주당 정동영(鄭東泳)최고위원은 여권 내분사태의 한복판에 서있다.그는 지난해말부터 동교동계 실세들에 대한 인적 쇄신을 요구해왔다.이런 그의 주장은 초·재선의원들의 지지를 받으며 ‘쇄신파’라는 민주당내 한 흐름으로 자리잡았다.

鄭위원은 지난 1일 당무회의때는 당무위원들이 ‘최고위원 무용론’을 제기하자 제일 먼저 최고위원직을 내던졌다.

내년 대선후보 경선 출마를 공식선언하진 않았지만 鄭위원이 잠재적 후보군에 속해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는 “민주당은 동교동계가 중심이었으며 당도 최고위원도 껍데기였다”면서 “동교동계 일부 인사들이 대통령의 등 뒤에 숨어 버리니 대신 김대중 대통령이 화살을 다 맞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 鄭위원은 “대통령이 당과 국정을 온정주의적으로 이끄는 바람에 책임을 지지 않는 풍토가 생겨났으며 이 것이 위기의 핵심”이라고 지적하고 “인적 쇄신이 모든 해결책의 고리”라고 동교동계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10.25 재.보선을 지원하는 현장에서 어떤 것을 느꼈나.

"투표함을 열었을 때 더 경악했다. 그건 민심이반 수준이 아니었다. 민심이 정부와 여당을 공격한 것이다. 경제가 어렵고 의약분업을 비롯한 개혁정책과 인사정책에 대한 실망과 불평이 컸다. 정부.여당이 무슨 얘기를 해도 믿으려 하지 않았다."

***쇄신 수차례 失機… 환골탈태 필요

-선거 참패 후 즉각 당.정.청 쇄신을 촉구했는데.

"정확히 말하면 이젠 당정개편으로도 민심을 움직일 수 없게 됐다. 이미 여러 번 실기(失機)했다. 지금 당 대표나 총리.비서실장이 누가 된들 민심이 돌아오겠는가. 당.정.청 쇄신과 개편만을 얘기하는 것은 본질에서 비켜난 것이다. 진정한 환골탈태가 필요하다."

-해결책이 없다는 뜻인가.

"문제가 중층적이고 복합적이다. 단일 처방은 없다.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국민이 '여당이 정말로 반성하고 변화하는구나'하고 느끼게 해야 한다."

-소장파 의원들이 서명을 해 대통령에게 인사쇄신을 촉구하는 것은 대통령의 리더십을 무력화하는 행위라는 지적도 있다.

"과거 권위주의시대의 잣대로 보면 항명(抗命)일 것이다. 그러나 의원들은 지금 서명을 자제하고 있다. 충분히 의사를 개진하고 뭔가 변화의 모습을 기대하면서 나름대로 사려 깊은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의원들은 현장 정치인이다. 민심과 국민의 목소리가 의원들을 고민하고 행동하게 만든다."

-인적 쇄신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가.

"그동안 실질적으로 당을 이끌어온 중심질서에 있는 사람들(동교동계)이 책임져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억울할 수도 있다. 그러나 민심을 무찌르고 민심과 정면대결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하지만 동교동계는 자신들이 아무런 영향력도 행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데.

"전.현직 사무총장이나 당에서 역할을 맡았던 분들은 다 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다. 동교동계가 그동안 중심질서를 형성해왔다. 당은 껍데기고,최고위원도 껍데기이긴 마찬가지였다."

-동교동계는 배신감을 토로한다. 鄭위원을 민주당 간판스타로 키우려고 노력했고 물질적 지원도 했는데 등을 돌렸다는 얘기다.

"인간적으로는 미안한 감이 있다. 그러나 양심에 거리끼지는 않는다. 아마 목표는 어떻게 하면 국민의 지지를 얻고 김대중 대통령을 성공한 대통령으로 만드느냐 하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방법이 다르다. 나는 이대로 가면 희망이 없다고 보지만, 그 분들은 이대로 가도 된다고 본다. 나는 거론된 분들에게 떠나라고 말씀드리지 않는다. 역할을 바꿔야 한다. 그림자 역할론이다. 정권교체 과정에서 그 분들은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당은 전문적.개혁적인 분들이 움직였다."

-권노갑 전 고문과 청와대 박지원 정책기획수석이 일선에서 퇴진한다면 영향력이 줄어들 것으로 보나.

"동교동계 문제가 정리되면 당에는 새로운 질서와 모습이 형성된다. 큰 물줄기를 돌리는 것이 관건이다."

-결국 대통령이 최종 책임자 아닌가.

"대통령제 하에서는 대통령이 특정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당과 정부.청와대의 참모들이 책임을 지는 것이다. 그런데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金대통령의 등 뒤로 숨어버리니 金대통령이 대신 민심의 화살을 다 맞는 것이다."

***특정인 배제한 연대는 안해

-이인제 최고위원은 내년 3~4월에 차기후보를 뽑자고 하고, 한화갑 최고위원은 내년 1월에 대표를 선출한 뒤 차기후보는 7~8월께 결정하자고 하는데.

"내년 1월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민주당이 완전히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당의 문호를 개방하고 상향공천을 도입해야 한다. 대표를 선출직으로 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내년 지자체 선거에서의 승리도 중요하다. 따라서 차기후보는 4~5월에 뽑았으면 한다."

-한화갑.노무현.김근태 위원 등과의 개혁연대설에 대해서는 어떤 구상을 갖고 있나.

"연대는 필연적으로 특정인의 배제를 부르고 갈등과 분쟁으로 번지기 때문에 반대한다. 호.불호는 있을 수 있지만 연대의 틀을 만드는 것은 곤란하다. 그렇게 되면 후보경선은 축제가 되지 못한다. 개인적으로는 여권 대선후보도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군 되고 누군 안된다는 건 옳지 않다."

정리=김정하 기자

만난 사람=김종혁 정치부 차장

사진=김경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