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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아진 칸 경쟁률 …‘시’ ‘하녀’에 득 되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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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개막작 ‘로빈 후드’. ‘글래디에이터’의 리들리 스콧 감독과 러셀 크로가 재회한 대작이다. [UPI 제공]

세계 영화제의 ‘왕중왕’으로 불리는 칸영화제가 12일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에서 막을 올린다. 올해로 63회째다. 하지만 9일(현지시간) 현재 아이슬랜드에서 날아온 화산재 구름 때문에 칸으로 가는 관문인 니스공항이 폐쇄됐다. 며칠 내로 걷히지 않으면 영화제 개최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3일까지 계속될 올 영화제에는 한국영화 두 편이 공식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이창동 감독의 ‘시’와 임상수 감독의 ‘하녀’다. 공식 비경쟁부문의 ‘주목할 만한 시선’에는 홍상수 감독의 ‘하하하’가, 시네파운데이션에는 김태용 감독(세종대)의 ‘얼어붙은 땅’이 초청받았다. 비공식 부문인 비평가 주간에서는 장철수 감독이 연출한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이 상영된다. 김동호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주목할 만한 시선’, 이광모 시네마디지털서울영화제 집행위원장이 감독 주간 ‘유로파 시네마 레이블상’ 심사를 맡았다.

◆한국영화 두 편 동반진출=‘하녀’는 14일 오후 10시30분, ‘시’는 19일 오후 7시(이상 현지시간) 공식 상영인 갈라 스크리닝을 갖는다. 한국영화가 경쟁 부문에 동반 진출한 건 이번이 세 번째. 두 편이 나갔던 해는 어김없이 좋은 소식이 있어 올해도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경쟁률도 올해가 낮은 편이다. 경쟁부문에는 해마다 평균 21, 22편이 올랐지만 올해는 18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칸영화제 수상작 결정에는 작품성뿐 아니라 감독의 명성이나 제작자의 인적 네트워크, 국가별 안배 등 보이지 않는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시’와 ‘하녀’ 둘 다 심사위원들에게 부각될 만한 요소가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이창동 감독은 지난해 칸영화제 심사위원을 맡았다. 주연배우 윤정희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이자 남편인 백건우와 함께 유럽 문화계에서 인지도가 높다는 점도 영화의 후광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녀’는 2008년 김기영 감독의 동명 원작이 디지털로 복원돼 ‘칸 클래식’부문에서 상영됐었다. ‘밀양’으로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차지했던 전도연이 3년 만에 다시 칸을 찾는다는 사실도 눈길을 끌 것으로 보인다.

◆개막작은 ‘로빈 후드’=경쟁부문은 지난해보다 화려함이 덜한 편이다. 하지만 올해도 경쟁작 18편 중 3편의 감독이 역대 수상자일 정도로 쟁쟁하다. ‘체리향기’로 97년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증명서’, ‘비밀과 거짓말’로 96년 황금종려상을 받은 마이크 리의 ‘어나더 이어’, 2006년 ‘바벨’로 감독상을 탄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의 ‘비우티풀’이다.

개막작은 ‘글래디에이터’의 리들리 스콧 감독과 러셀 크로 콤비가 재회한 액션 블록버스터 ‘로빈 후드’다. 올해도 칸영화제의 할리우드 색채는 개막작을 비롯해 여러 곳에서 드러난다. 9명으로 이뤄진 경쟁부문 심사위원의 수장은 팀 버튼 감독이 맡았고, 공식 비경쟁 부문에 초청된 ‘월스트리트2-머니 네버 슬립스’의 마이클 더글러스를 비롯해 숀 펜·앤서니 홉킨스·케이트 블란쳇 등 스타들이 칸을 찾는다. 경쟁작에 ‘본 아이덴티티’ 를 연출한 더그 라이먼 감독의 ‘페어 게임’이 포함된 것도 이채롭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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