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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서장훈 올시즌 MVP '0순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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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프로농구 SK 나이츠의 서장훈(2m7㎝.1백20㎏)은 언제든 시즌 최우수선수(MVP)에 도전할 능력을 지닌 선수다. 기량이 뛰어난 데다 다른 선수에 비해 돋보일 기회가 많은 포지션이기 때문이다.

MVP 후보는 우승후보 팀에서 나온다. 그래서 올해 MVP로는 지난 시즌 MVP 조성원(LG 세이커스)과 플레이오프 MVP 주희정(삼성 썬더스), 서장훈이 손꼽힌다. 이 중에서도 서선수가 가장 강력한 후보다.

나이츠는 올시즌에도 썬더스와 쌍벽을 이룰 최강 전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서선수는 늘 외국인 선수와 싸우는 센터다. 올시즌엔 동료 테런스 무어의 기량이 지난 시즌의 재키 존스(현재 KCC 이지스)만 못해 부담이 커졌다.

불리해 보이지만 오히려 돋보일 기회이기도 하다. 외국인이 판치는 득점.리바운드 등 기록 부문에서 상위권에 오르면 타이틀이 가까워진다.

지난달 31일 SK 빅스와의 연습경기에서 가능성을 보여줬다.서선수는 30분 동안 빅스의 얼 아이크(2m1㎝.1백20㎏)를 상대로 21득점했고 블록슛 2개와 슬램덩크 1개를 곁들였다. 연세대에서 서선수를 지도했던 빅스의 유재학 감독은 "투핸드 덩크는 오랜만에 본다. 훈련을 많이 한 증거"라고 귀띔했다.

블록슛은 환상적이었다. 아이크의 점프슛과 훅슛을 모두 배구선수 스파이크하듯 강하게 쳐냈다. 베이스라인 부근에서 페이드 어웨이 슛을 시도할 때는 체공상태에서 2m 가량 뒤로 이동, 아이크의 수비를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센터의 몸이 가볍다는 말은 다리 힘이 강하다는 뜻이다. 힘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좋아하지 않는 서선수가 몸을 만들었다면 남다른 각오로 올시즌에 대비했다는 방증이 된다.

서선수와 타이틀을 다툴 선수로는 포인트 가드 주희정.강동희(모비스 오토몬스).이상민(이지스)과 슈터 조성원 등이 꼽힌다. 가드는 볼을 소유하는 시간이 긴 점에서, 슈터는 화려한 장거리포로 팬들에게 어필할 기회가 많다.

그러나 서장훈의 가장 큰 적은 자기 자신이다. 키 큰 선수가 둔감하다는 통념과 달리 서선수는 승부욕이 강하고 예민하다. 지난 시즌처럼 무리한 플레이로 부상하거나 분위기에 말려 평정을 잃고 슬럼프에 빠지면 기회를 놓친다. 물론 팀도 어려워진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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