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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연 보고서] "가구당 세부담 최소 1000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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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국민이 공적자금에 발목을 잡혔음이 분명해졌다. 공적자금 손실을 메우기 위해 국민은 1백35조~1백58조원을 부담해야 할 것 같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분석이다.

지금까지 조성된 공적자금은 1백58조9천억원. 이 가운데 6월 말 현재까지 투입된 돈은 1백37조5천억원이다. 이중 얼마나 회수할 수 있을지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한경연은 최근 '공적자금의 중간평가와 과제'보고서를 통해 세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손실 예상액이 낙관적인 경우 약 1백35조원, 중간적인 경우 1백42조원, 비관적인 경우는 1백58조원에 이른다. 지금까지 조성.투입한 돈과 거의 맞먹는 규모다.

한경연 관계자는 "정부는 원리금을 대부분 회수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 말고, 손실을 어떻게 분담할지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 가구당 세부담은 최소 1천만원=아무리 회수를 잘 해도 원금의 절반 가량은 날리게 되며, 이자부담까지 계산하면 국민이 부담해야 할 손실은 1백35조원이 된다는 게 한경연의 분석이다. 항목별로는 원금 손실 80조원, 이자부담이 55조원 가량이다. 정부가 이를 몽땅 국민 세금으로 충당하면 가구(1천3백만가구)당 최소 1천만원을 내야 한다.

보고서는 "국민 손실이 한푼도 안 나려면 예보가 갖고 있는 부실은행 주식값이 주당 평균 최소 3만7천원(액면가 5천원 기준)은 돼야 하고, 다른 부실채권도 제대로 회수해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했다. 예보 관계자도 이 보고서에 대해 "계산이 약간 잘못되긴 했지만 추론과정은 별 문제가 없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그간 채권을 발행해 만든 공적자금의 원리금을 갚으려면 매년 수조원에서 수십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예금보험공사와 자산관리공사가 보유 중인 자산을 전부 판다 해도 최대로 확보할 수 있는 돈은 각각 8조2천억원, 12조7천억원밖에 안된다. 따라서 예보는 내년까지, 자산관리공사는 2004년까지만 자체 능력으로 원리금을 상환할 수 있고, 그 뒤부터는 정부가 지원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서는 주장했다.

◇ 대안은 무엇인가=전문가들은 정부.국민.은행이 손실을 분담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예보 관계자는 "내년부터 일시에 몰리는 공적자금 상환을 위해 차환용 채권을 발행하더라도 이는 문제해결을 미루는 것에 불과하며, 결국은 누군가가 돈을 대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세금을 더 걷는 길 외엔 뾰족한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한경연은 차환용 채권 발행과 관련, 향후 손실부담을 줄이기 위해 금리가 다소 싼 국채로 발행해야 할 것이라며 정부 일각의 정부 보증 예보채 발행 주장을 비판했다. 은행들이 예보에 내는 보험료율(현행 0.1%)을 인상하는 방안도 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보험료율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욱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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