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삼형제가 6년째 노인무료급식소 운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31일 오전 11시50분, 인천시 부평구 경인전철 부평북부역 광장 인근에 위치한 '형제의 집'앞.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65~70세의 노인들이 환한 얼굴로 잡담을 주고 받으며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형제의 집'은 6년째 노인들을 위해 점심을 제공하고 있는 무료급식소이다.

"어허, 난 벌써 2년째 단골이야, 이젠 집에서 며느리가 차려주는 밥보다 여기서 친구들과 먹는 것이 더 좋아졌어…."

식탁에서 동료들과 어울려 식사를 나누던 한 노인은 밝은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이곳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은 김운봉(金雲鳳.56.대한극장 대표), 운섭(雲燮.55.파레스외국어 학원장), 용구(龍龜.53.인천시의원)씨 등 3형제.

지난 1996년 3월 문을 연 형제의 집은 매주 월~금요일 65세이상 노인들에게 점심을 무료로 제공해 오고 있다.

"노인분들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만드느라 애를 쓰고 있습니다."

언제나 싱싱하고 맛있는 음식을 내놓기 위해 부인과 함께 매일 시장을 본다는 큰형 운봉씨의 설명이다.

때문에 형제의 집 식단에는 매일같이 쌀밥에 고기 또는 생선을 포함해 4가지 반찬이 곁들여진다. 영양가가 높고 메뉴도 다양해 하루 평균 1백40여명이 찾을 정도로 인기다.

이 집 크기는 80여평 정도. 창고업을 하던 막내 용구씨가 소유하고 있던 창고를 전면 개조해 주방과 식당.화장실 등을 설치했다.

매달 쌀(3백50~4백㎏)과 채소.고기.양념 등 음식재료비에만 6백만원 정도가 든다. 형제들이 합심해 경비를 부담하고 있다.

음식 장만과 설거지 등 궂은 일은 3형제 부인들과 천주교회(부평4동).부평감리교회.부평중앙교회 등에서 나오는 여성 자원봉사자들의 몫이다.

"'이웃과 더불어 살라'는 부모님 말씀을 실천하기 위해 시작했지만 처음엔 어려움도 많았어요. 그러나 동사무소나 뜻을 같이하는 많은 분들이 도와 주셔서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둘째 운섭씨는 도움을 주는 이웃들에게 고맙다는 인삿말을 빠뜨리지 않았다.

막내 용구씨도 "가끔씩 늦게 오신 분들이 자리가 없어 되돌아 가시는 게 무척 안타깝다"며 "노인분들이 좋아하시는 만큼 봉사를 더욱 잘 해야겠다는 생각 뿐"이라고 말했다.

엄태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