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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중국 경제 대장정] 칭따오 가전사 하이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Haier is Sea'.

칭다오(靑島)의 하이얼(海爾) 본사 입구 대형 옥외간판의 문구다. 이 한마디 이외에는 가로 20m.세로 10m의 간판에 온통 커다란 푸른 파도 그림뿐이다.

구내 도로도 태평양.황해.발해.동해 등 모두 바다이름으로 붙였다. 회사 이름을 '바다'로 정한 것도 바다와 같은 저력으로 중국뿐 아니라 세계시장을 하이얼 제품으로 메우겠다는 의지에서라는 설명이다.

하이얼은 적자 투성이던 칭따오냉장고공장을 전신으로 1984년 설립됐다. 그후 17년간 연평균 80%의 성장률을 거듭하면서 '미꾸라지'에서 '용'으로 변신한 괴력의 업체다.

해외에도 적극 진출해 현재 전세계에 56개의 판매센터와 10개의 해외공장을 거느리고 있다.

진짜 실력보다는 중국정부의 직간접적인 지원으로 고속성장했다고 깎아내리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하이얼은 창업초부터 정부의 간섭없이 시장중심주의로 경영해왔다고 주장한다.

관료적인 국영기업 체질에서 빨리 벗어나 품질관리.애프터서비스를 통해 소비자만족에 주력한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는 것이다.

특히 관리기법은 일본의 가전업체에서 많이 배웠다. 어느 공장에나 일본 기업의 전매특허격인 '정리.정돈.청결.청소.예의.안전'이라는 슬로건을 걸어놓고 전근로자에게 엄격히 지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도쿄미쓰비시증권은 하이얼이 전세계 가전시장 점유율에서 이미 일본의 마쓰시타.샤프, 한국의 LG전자를 제쳤다고 평가한다. 삼성전자와 엇비슷한 수준의 세계 5대 가전 메이커라는 것이다.

또 얼마나 장사를 잘 했는가를 보여주는 매출액 대비 경상이익률도 8%대다. 치열한 가격경쟁으로 마진이 짜기로 이름난 가전업계에서는 경이적인 수준이다.

최고경영자인 장루이민(張瑞敏.52)수석집행관은 자사 불량품을 쌓아놓고 불지르는 장면을 TV로 생중계토록 하는 등 대외 이미지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 최근 까다롭기로 이름난 일본시장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했다.

칭다오 본사에는 요즘 하루 평균 1천명, 연간 40만명에 달하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시찰단이 국내외에서 찾아와 고속성장의 비결을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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