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장수노인 식습관 분석] 시골에 살며 활발히 활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1백세 이상 노인들의 장수에는 확실히 유전적인 측면도 있다.

서울대 의대 내과 김철호 교수는 "조사 대상 1백20명 중 당뇨와 간염 환자는 단 한 명도 없었으며 콜레스테롤 등 몇 가지 혈액검사 항목에선 젊은 사람보다 좋은 건강상태를 보인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치아 상태도 양호해 틀니를 착용한 노인은 16.1%에 불과했다.

또 5명 가운데 1명 꼴로 담배나 술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나 눈여겨볼 생활습관도 있다.한남대 식품영양학과 이미숙 교수는 "이들은 반찬으로 채소를 즐겨 먹되 생것(3%)보다 데쳐서 나물(42%)로 먹는 경향이 관찰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李교수는 "데쳐 먹으면 독성 물질이 물로 빠져나가는 데다 부피가 줄어들어 보다 많은 양의 섬유소를 섭취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비료의 과다 사용으로 채소 속에 농축된 질산염도 데치는 과정에서 물에 녹아 빠져나가므로 건강에 좋다. 질산염의 과량 섭취는 위암이나 청색증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흔히 채소를 데치면 비타민의 파괴를 우려하지만 비타민은 알약이나 과일 등을 통해 보충할 수 있다는 것.

이 점에서 노인들에겐 비타민보다 채소 속에 많이 든 섬유소가 도움이 된다.비만.고지혈증 등 성인병의 원인을 차단하고 변비 등 소화기 질환을 없앨 수 있기 때문이다.

절반 가까운 이들이 된장 등 장류를 매일 섭취하는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육류보다 콩을 통한 단백질 섭취가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대 의대 생화학교실 박상철 교수는 "데친 채소와 장류가 장수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에서 우리 고유의 식품인 비빔밥이야말로 가장 권장할 수 있는 장수식품 중 하나"라고 말했다.

골고루 잘 먹는 이들이지만 튀긴 음식은 52%가 싫어하는 것도 포인트.튀긴 음식은 기름 성분으로 인한 고열량 식품인 데다 몸에 좋지 않은 포화지방산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식사를 천천히 하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거나 노인일수록 잠이 적다는 속설은 이번 조사에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의 평균 식사시간은 15~30분으로 적정 시간인 30분~1시간보다 짧았으며 평균 수면시간은 8~10시간으로 일반 사람(평균 8시간)보다 길었다. 잠을 줄여가며 일에 몰두하는 현대인의 생활습관은 건강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1백세 이상 장수 노인들의 생활습관에서 가장 큰 공통분모를 차지하는 것은 왕성한 신체활동이다. 대부분 70대 중반까지 생업에 종사했으며 1백세가 넘은 지금도 기력이 남아 있는 한 활동하는 것으로 관찰됐다.

홍혜걸 전문기자.의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