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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방치된 산후조리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최근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산후 조리원 두 곳에서 신생아 10여명이 잇따라 심한 구토.설사 증세를 보이다가 병원에 옮겨진 후 세명이 숨진 일은 발병 원인을 차치하고라도 산후 조리원을 지금의 상태로 버려두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일깨우고 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서울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생겨난 산후 조리원은 우리네 가정 생활의 변화가 불러온 필연적인 산물이다. 산업사회와 함께 진행된 도시화.핵가족화로 곁에서 돌봐줄 친.인척이 줄어든 데다 결혼 후에도 직장 생활을 계속하는 여성들이 늘어나면서 짧은 출산기간만이라도 온전히 휴식을 취하며 몸을 추슬러야 한다는 의식이 자리잡게 됐다.

여기에 황혼의 인생이라도 나의 것으로 하겠다는 노년 여성들과 부모에게 신세를 지지 않고 제 힘으로 해결하려는 젊은 여성들의 달라진 가치관이 더해져 전국적으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여성들의 90% 이상이 산후 조리원을 필요한 시설로 보고 있다는 한 여성단체의 설문조사 결과는 이것이 결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님을 보여준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산모와 신생아가 집단으로 수용돼 있는 산후 조리원이 자유업으로 규정돼 있어 시설 규격이나 관리가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다.

전반적인 관리 실태를 감독하는 기관도 없으며 산후 조리원의 시설 및 인력 기준과 위생 관리 요건 등을 규정하고 있는 법령도 없다. 부작용에 대한 피해 보상 규정도 마련돼 있지 않다.

기껏해야 극히 일부 업소에서 영양사와 조리사를 두고 있는 것이 전부다. 이래서는 다음 세대를 책임진 산모와 신생아의 건강을 담보할 수 없다.의료기관에 준하는 보건 위생 관리 및 안전 보호 체제를 갖추도록 법제화를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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