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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통장 3백만개 시대 투자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청약률은 30대 1을 넘었는데도 웃돈이 붙지 않아 계약을 포기했다. 나중에 알아보니 미계약분이 절반을 넘었다고 하더라."

최근 용인의 한 아파트에 당첨됐던 김선자(51)씨의 말이다. 청약률만 보면 분양 열기가 높은 것 같은데 막상 시장에 참여해보니 '속 빈 강정'이라는 것.

(http://www.joinsland.com) 참조

많은 투자자들이 분양시장의 현주소에 대해 헷갈리고 있다. '청약률 거품현상'때문이다.

주택 전문가들은 분양시장이 ▶청약률 증가▶계약률 및 프리미엄 감소▶분양권 단기매매 양태로 급변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내년 3월 1순위 청약통장 2백만개 시대가 오면 이런 현상은 더 뚜렷해질 전망이다.

◇ 청약률은 참고 사항=건설교통부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청약예금.부금.저축통장 가입자는 3백51만6천명이다. 이 가운데 1순위는 89만2천1백85명이다.

내년 3월이면 1순위자는 이보다 두 배 이상이 늘어난 2백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되면 일반인들은 분양 시장의 동향을 잘못 판단할 가능성이 커진다. 때문에 청약률만 보고 투자를 결정하면 안된다.

겉으로 드러난 청약률에 허수가 많은 까닭이다. 현대건설 이희연 전무는 "부동산중개업자들이 직접 청약하는 경우가 많아 청약률이 높다고 해서 계약을 안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주택보급률은 96.2%로 지난 95년보다 10.2% 포인트 높아졌다. 수치만 보면 집이 없는 가구가 3.8%에 불과하다.

그러나 자기 집에 사는 가구는 95년 53.3%에서 지난해 54.2%로 0.9% 포인트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는 무주택자가 내 집을 마련한 경우보다 집이 있는 사람이 두 채 이상으로 늘린 사례가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수요자가 아닌 투자 목적의 주택 구입이 많다는 것은 시장의 기반이 튼튼하지 못함을 뜻한다.

부동산114 이상영 사장은 "실입주 목적이 아닌 가수요에 따른 청약열기는 냄비 성향이 있다"며 "통장 3백만개 시대가 오면 청약시장 부침이 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청약 전략을 다시 짜자=청약 수첩을 만드는 게 좋다. 신문이나 인터넷을 통해 청약일정을 꼼꼼히 적어두고 자금계획에 맞춰 청약 전략을 짜야 한다.

투자 목적이라면 브랜드.입지여건.평형.분양가 등을 따져야 한다. 서울 강남지역 등 선호도가 높은 곳은 입지 여건이 좋지 않아도 분양가를 높게 책정한 경우가 있으므로 반드시 현장방문을 해야 한다.

실제 입주할 목적이라면 브랜드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분양가와 함께 ▶지하철역과의 거리▶입주 시기 등을 확인하면 된다.

분양권을 구입하려면 청약률 거품에 주의해야 한다. 1순위에서 수 십대 1의 경쟁률로 마감된 아파트가 아니면 프리미엄을 주고 분양권을 구입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닥터아파트 곽창석 이사는 "청약률은 높아지겠지만 이익을 남길 만한 아파트는 줄어들 것"이라며 "청약전략을 잘 짜지 않으면 통장을 헛되이 쓸 수 있다"고 충고했다.

성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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